[美-러 정상회담 결산]러,「安保」양보 「경제」챙겼다

입력 1997-03-23 19:45수정 2009-09-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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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재호특파원] 지난 22일 끝난 미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은 냉전 종식후 변화된 국제관계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미국은 확실히 유일한 초강대국이었다. 옐친 러시아대통령은 거의 모든 사안에서 클린턴대통령에게 양보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확대문제에 있어서도 옐친은 폴란드 헝가리 체코의 NATO 가입을 묵인했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옐친은 NATO 확대에 대한 최종 방어선으로 설정했던 러시아와 NATO 사이의 「협력조약」체결문제에 있어서도 힘 없이 무너졌다. 그는 당초 △NATO의 동진(東進)이 러시아의 안보에 위협이 돼서는 안되고 △러시아도 NATO의 정책에 대해 거부권을 가지며 △신규 NATO 회원국 영토 안에 핵무기를 두지 않는다는 양측의 합의 사항을 구속력이 더 강한 조약의 형태로 보장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결과는조약이아닌 일종의 「헌장(Charter)」으로 낙착되고 말았다. 옐친은 또한 탄도탄 요격미사일(ABM)제한조약 부문에서도 중대한 양보를 했다. 양측은 초속 5㎞ 이하, 사거리 3천5백㎞ 이하인 미사일에 대해서는 이를 요격할 수 있는 방위망 구축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개발중인 6개의 전역 미사일 방어체제를 ABM 제한조약의 적용을 받지 않고도 실전배치할 수 있게 됐다. 양국 정상이 제2차 전략핵무기감축협정(START Ⅱ)의 조기 비준과 제3차 전략핵무기감축협정(STARTⅢ)을 위한 협상 시작에 합의한 것도 주목할 만 하다. 옐친은 국내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STARTⅡ의 조기 비준을 약속했다. STARTⅡ가 비준되면 STARTⅢ 체결을 위한 길도 열리게 된다. STARTⅢ는 2007년까지 양국이 2천에서 2천5백개에 이르는 핵탄두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폐기토록 하고 있다. 옐친이 양보와 맞바꾼 것은 무엇일까. 역시 경제다. 클린턴은 러시아에 대규모 투자증대를 약속했다. 러시아에 서방 선진7개국(G7)에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열어주었다. 당장 오는 6월 미국 덴버에서 열리는 서방선진국회의는 G7이 아니라 G8으로 불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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