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공동체를 위하여]「지역감정」누구를 위한 것인가

입력 1997-03-17 20:16수정 2009-09-27 02:17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최영묵기자] ―영호남부부가 대통령선거에서 누구를 찍을 것이냐를 놓고 언쟁을 벌이다 남편이 자살했다. ―시골에서 상경한 대학 신입생이 하숙집을 구하러 갔다가 사투리를 들은 아주머니에게 면박만 당했다. ―고향을 떠나 타지역 대학에 들어간 학생이 교우관계와 학교안팎 생활에서 오는 갈등을 못이겨 중퇴하고 귀향했다. ―주위의 처녀 총각을 중매하려 해도 출신지역을 따지는 경우가 많아 말을 꺼내놓고도 민망해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이들 이야기는 나라의 병으로 깊어진 지역감정 지역갈등의 작은 사례들에 불과하다. 지방색과 여기서 파생된 지역감정은 오랫동안 영호남이 그 표본처럼 돼있었으나 최근 수년사이엔 더욱 분화,충청 강원지역까지 포괄하고 또 영남에선 TK(대구경북)PK(부산경남)로 갈리는 양상으로 발전했다. 이같은 지방색 지역감정은 학연을 비롯한 또다른 연고주의와 파벌주의를 낳았다. TK PK SK(서울 경기)등 지연은 물론 K1(경기고) K2(경복고) KS(경기고 서울대) SS(서울고 서울대) DDD(동아대 동국대 동래고) 등 학연을 상징하는 조어들의 범람이 현실을 반영한다. 문제는 이런 연고주의가 사적인 차원을 넘어 정책결정이나 정부인사 등 공무(公務) 및 국정까지 좌우한다는 데에 있다. 3,5,6공화국에 이르는 동안 정부고위관료의 출신지역분포가 영남이 30.1, 43.6, 33.4%인 반면, 호남은 13.2, 9.6, 12.9%에 그쳤다. 金泳三(김영삼)대통령정부가 들어선 뒤 최근까지는 정치권과 관료 등 사회 각분야의 주요직을 PK 출신이 독차지하다시피 해왔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김대통령 스스로가 그 폐해의 고통을 받기에 이르렀다. 韓相震(한상진·서울대) 崔章集(최장집·고려대)교수 등 사회학자들은 공동출간한 「지역감정연구」에서 『지역감정은 사회과정의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집권세력들에 의해 교묘하게 조정되고 증폭되는 하나의 이데올로기체제』라고 분석했다. 이런 현상들은 실제로 87년, 92년 대통령선거와 같은 정치적 이슈에 의해 더욱 심화되고 왜곡돼 왔다. 대선이 있을 때마다 『저 사람들이 정권을 잡으면 우린 다 죽습니다』 『또 저 사람들에게 정권을 내주면 우린 영원히 한을 못풉니다』 등 원색적으로 지방색을 조장하는 말들이 쏟아졌다.그런 점에서는 온 국민이 정권욕에 사로잡힌 특정정치인들의 볼모가 되는 형국이었다. 당장 지금부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연말로 다가온 15대 대통령선거다. 이번 선거는 「3김정치」의 「결정판」인데다 일부 정파가 벌써부터 지역연합을 선언, 지역간 갈등이 극에 달할 우려가 있기 때문. 지역감정이 활개치는 한복판에서 이에 직접 부닥치며 쓰라린 경험을 했던 인사들은 그래도 뭔가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데에 공감한다. 대구출신으로 격동기인 80년대 목포대에서 10년간 교수생활을 한 李東河(이동하·중앙대문예창작과교수)씨는 말한다. 『87년 대선때 대학교수나 목사 등 지식인들도 지역감정에 관한 한 일반시정과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쓰라린 광경을 여러번 목격했습니다. 평상시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정치와 관계되는 일에 있어서는 반드시 지역감정이 표면화했습니다. 우선 국민들이 선거에서 지역성에 근거한 정치와 정치인을 솎아내는 작업부터 시작해야합니다』 전남 구례 출신으로 부산에서 18년째 살고 있는 소설가 金聖鍾(김성종)씨도 비슷한 견해다. 『평상시에는 부산 친구들에게 「지역차별의 책임은 경상도사람들이 져야 한다」고 말해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선거때만 되면 신경이 예민해집니다. 대통령부터 양심적이고 지역문제해결의 의지를 가진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宋基淑(송기숙)전남대교수는 『이념이나 사상이 아닌 혈연 지연 등 원시적 연대감을 중시하는 것은 미숙한 시민의식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묘수는 없지만 자발적 시민운동에 기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독자 의견을 바랍니다>> 독자 여러분, 각계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공동체를 위한 논의를 펼쳐나가고자 합니다. 각 주제들에 대해 기탄없는 의견을 보내주십시오. 매회 지면에 반영하겠습니다. 팩스 02―361―0434,0444,0446번과 PC통신 ID:TheDongA(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가 열려 있습니다. 보충취재 등을 위해 여러분의 연락처 전화번호도 함께 받고 싶습니다.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