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 띄우는 편지]『노력한 만큼 보답받습니까』

  • 입력 1997년 1월 29일 20시 19분


조국을 떠난지 어언 35년. 긴 세월동안 캐나다 등에서 공부하고 서양문화를 호흡하면서 그곳의 젊은 세대들을 교육하며 일하고 있는 저에게는 수많은 사연들이 있습니다. 캐나다에서의 첫날 밤이 생각납니다. 토론토에 도착했을 때의 일입니다. 저는 미리 와 있던 친구의 다락방에서 첫밤을 지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밤중에 그집 주인이 우리가 이야기하는 소리를 듣고 올라와 『이 방에서 자려면 돈을 더 내야 한다』며 5달러를 빼앗다시피 가져갔습니다. 그 집주인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음날 이른 아침 국립직업알선소에 가기 위해 화장실에서 물을 사용하는 저를 보고 『예의를 모른다』며 버럭 화를 내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이같은 이국생활의 낯섦은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다 싶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여년전 맥아들연구소의 연구원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세포배양을 하며 노래를 불렀더니 저의 담당과장이 실험실 일지에 「강칠룡연구원이 세포배양중 노래를 불러 그의 침이 튀어 세포 배양지를 오염시켰을 가능성이 있음. 주의깊게 관찰바람」이라는 메모를 남겨 저를 또 한번 놀라게 했습니다. 이같이 개인주의적이며 너무나도 딱딱한 캐나다 사람들의 태도가 무척 낯설었지만 수십년을 이곳에서 살다보니 근래에 와서 캐나다 사회가 노력의 대가를 평등히 지불한다는 것을 체험하고 살아갑니다. 그 이유는 소수민족, 특히 아시아인인 저를 차별하지 않고 오타와대에서는 주임교수직을 맡겼고 웨스턴 온타리오대는 학장직을 맡겼습니다. 그리고 93년에는 왕립 캐나다학술원 회원으로까지 선출해 주었으니까요. 본분이 대학교수니 아무래도 조국의 대학행정과 학문발전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봅니다. 대학에서 교수를 채용하는데 비리가 발생한다거나 능력보다는 출신학교를 중시한다는 조국의 소식을 여기 캐나다에서도 자주 듣습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출신학교를 중시하지 않고 능력 특히 연구논문 발표기록에 따라 교수선정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교수로 채용하지요. 물론 조교수에서 부교수로, 다시 정교수로 승진할 때마다 연구실적과 강의효율 그리고 학교내에서의 봉사활동 등을 교수승진사정위원회에서 철저히 평가받습니다. 이같은 캐나다 사회의 장점은 그들이 정에 치우치거나 「그저 좋은 게 좋은 거지」하는 우리와는 반대의 생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같이 정이 많은 민족이 신년부터는 조금만 더 원리원칙을 지킨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바람직한 민족이 되지 않겠습니까. 강 칠 용<캐나다 학술회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