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New]「장난」가득 성탄카드 『짜릿한 재미』

  • 입력 1996년 12월 22일 20시 19분


「朴重炫기자」 주부 김경아씨(34·서울 은평구 신사동)는 며칠전 여고동창생에게 보낼 크리스마스 카드를 고르기위해 이대앞 선물가게에 들렀다가 퍽 당황했다. 「향기에 약한 당신, 이번 X―Mas에는 나만의 특별한 향기를 더 가까이에서 느끼도록 해드릴게요」라고 쓰여있는 카드의 겉장을 열어봤다. 「톡」하며 꼬질꼬질 때가 낀 산타의 발바닥이 튀어나왔다. 카드 중 80∼90%가량은 이렇게 장난기 넘치는 문구가 담겼거나 「튀는」 캐릭터들이 사용된 것들. 카드의 안쪽에는 이름정도나 적을만한 자리가 있을뿐 간단한 인사말을 적을 공간도 없었다. 김씨는 결국 한귀퉁이에 진열돼있던 점잖은 연하장 몇장을 골라야했다. 아기예수 동방박사 아기천사 등 크리스마스 본래의 의미를 살린 「단골」 캐릭터들은 자취를 감춰가고있다. 카드에서 전통적인 「산타 할아버지」의 모습도 찾아보기 어렵고 산타가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바뀌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카드가 「세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신세대가 많이찾는 크리스마스카드들은 한결같이 「짜릿한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특징. 팬시전문업체인 ㈜아트박스의 기획실 이왕행과장은 『즐거움을 선호하는 신세대의 취향에 맞춰 문구나 구조, 소재 등에 다양한 변화를 준 제품들을 내놓고있다』고 설명했다. 종교성이강한카드를제작해온 성바오로출판사는 지난해 8종에서 올해 4종으로 카드의 종류를 줄였으며 매출도 지난해 6만여장에서 20%가량 줄어든 4만여장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있다. 카드제작을 담당하고있는 성바오로수도회 최요한 수사는 『이같은 세속화는 예전에 신앙을 갖지 않은 사람도 종교적인 분위기에 젖어들던 크리스마스가 이제는 단지 「즐기는 날」로 굳어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카드에 그려진 그림의 변화와 함께 카드를 주고받는 의미도 달라졌다. 팬시업계 관계자들은 『선물을 사면서 카드를 함께 구입하는 고객이 많으며 카드판매가 절정을 이루는 시기도 우편물을 보내는 12월 초순에서 선물구입시기인 크리스마스 1주일 전으로 늦어졌다』고 말한다. 문화인류학자 윤택림박사는 『이런 추세는 기독교도나 가톨릭신도가 아니라도 「성스러움」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품었던 구세대와 달리 쾌락욕구에 솔직하고 「상품화 사회」의 선물문화에 익숙해진 신세대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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