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48)

  • 입력 1996년 12월 20일 19시 33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38〉 오른손이 없는 젊은이는 슬픔에 찬 표정으로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나는 본래 모스르 태생입니다. 조부께서는 아들 아홉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는데 저의 부친은 아홉 형제의 맏이였습니다. 아홉 형제가 모두 성인이 되자 제각기 부인을 얻었습니다만 내 아버지를 제외한 다른 형제들은 아무도 자식을 보지 못했습니다. 제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것이 바로 나였습니다. 그런 까닭에 숙부님들 사이에서 자라난 나는 온통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컸습니다. 그런 어느 금요일, 나는 아버지와 작은아버지들을 따라 모스르의 이슬람교 대본산으로 가서 사람들과 더불어 기도를 올렸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돌아간 뒤에도 아버지와 작은아버지들은 자리를 뜰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른들이 나누는 이야기란 외국의 진기한 풍속들에 대한 것이나 이방의 도시들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어른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너무나 신비하여 나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듣고 있었습니다. 어른들은 마침내 이집트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여행깨나 했다는 사람들은 모두 카이로와 나일강만큼 아름다운 곳은 세상에 달리 없다고들 하더군요」 숙부님 중 한분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카이로를 보지 못한 사람은 세상을 모른다고들 하지. 카이로의 모래는 금이요, 나일강은 영원한 기적이라 아니할 수 없어. 여자들은 흡사 그림 속에서 갓 튀어나온 여신처럼 아름답지. 카이로의 건물들은 궁전같고, 나일강의 물은 달지. 나일강의 무르녹는 개흙마저도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상품이요, 약이란 말야. 따라서 나일강이 범람하는 건 돈을 버는 것이나 마찬가진데 이것은 신의 축복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게다가 공기는 더없이 맑고 향기가 감돌지. 카이로를 두고 세계의 어머니라고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야. 옛시인은 카이로를 이렇게 노래했지. 좋은 고장 카이로여 그대를 떠나면 즐거운 곳 다시 없네. 그윽한 향기에 마음 들뜨고, 축복이 끝없는 이 땅, 내 어찌 그대를 떠날 수 있으랴. 이곳은 천국의 꽃밭, 꽃의 보료와 양탄자에 눈이 어린다. 거리에 나서면 마음이 들떠 성자도 죄인도 다 함께 즐긴다. 푸른 꽃동산 우연한 길에서 벗들은 다정히 손을 잡네. 오, 카이로 사람들이여, 내 비록 그대들과 이별해도 내 마음은 언제나 그대 곁에 있네! 산들바람에 말하지 말라, 카이로의 이름을, 꽃동산 향기와 같이 카이로를 앗아갈까 두렵구나」』 <글: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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