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느닷없는 구청장 임명론

  • 입력 1996년 12월 7일 20시 11분


서울시가 제기한 구청장 임명제론은 느닷없는 돌출(突出)의견이다. 지방자치의 주체로서 지자제의 본질을 외면한 것이고 논의의 수준과 쟁점을 2년전 지자제 도입 당시로 되돌려 놓은 것이다. 문제제기의 방법 또한 적절치 못했다. 서울시는 구청장 임명제론이 구청장들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파문이 확산되자 정무부시장의 개인의견일 뿐 시의 공식입장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이 문제는 이미 여야의 지방자치제 개편공방으로까지 번져 나가고 있다. 서울시의 입장과 고충은 알만하다. 지자제실시 이후 구청과의 알력으로 정책입안과 시행 및 행정의 일관성 확보에도 애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구청장들이 다음선거를 의식해서 독선과 정실인사 및 선심행정에 매달리는 등 구청장 직선제의 폐단과 부작용도 두드러지고 있다. 그렇다해도 서울시의 문제제기는 너무 경솔했다. 지자제 실시 1년6개월이라는 짧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치구를 폐지하자고 주장한 것이 그 것이다.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 가운데 실시된 지자제는 재정과 권한 인력의 빈곤이라는 척박한 환경속에서도 그나름대로 정착돼가고 있다는 평가가이미나와있다. 이를 더욱 올바로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임은 말할나위가 없다. 그같은 책무의 상당부분은 서울시 등 광역자치단체의 몫이다. 지방자치의 목표는 중앙집권적 행정의 틀에서 벗어나 지역의 다양한 주민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며 자발적인 시민참여를 통해 내고장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자는데 있다. 이른바 분권과 자치와 시민참여가 본질이다. 따라서 지자체장의 직선은 풀뿌리민주주의의 기초이며 핵심이다. 서울시가 이 제도를 바꾸겠다고 나선 것은 지방자치의 원리를 무시하는 것이다. 당초 지자제 도입때 광역자치단체만을 대상으로 할것인가, 아니면 기초단체까지 확대할 것인가의 논란이 있었다. 구청장 임명제론은 자치의 범위에 대한 논란을 다시 제기한 것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여당 국회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불쑥 꺼내 놓은 것은 자칫 서울시의 구정(區政)장악 욕심이 여당의 정치적 의도에 넘어간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서울시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지자제 실시 이후의 부작용과 역기능이 만만찮다. 또한 지자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제기되는 과제 또한 많다. 그같은 문제점과 과제들은 앞으로 면밀한 검토를 거쳐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와 자치구의 갈등 또한 마찬가지다. 광역행정으로서의 종합적 대응이 필요한 과제들에 대해서는 시 구청합동의 특별기구나 협의체를 구성,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세가 앞서야 한다. 정치권 또한 이 문제를 당리당략에 이용하려 들어서는 안된다. 지자제의 제도적 보완을 논의하는 경우라도 주민자치의 원칙을 지키면서 서울시와 구청간의 행정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선에 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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