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비소속 징계 후 대표팀 소집…오승환 징계의 명분과 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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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1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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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오승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끝판왕’의 복귀가 초읽기에 접어든 모양새다. 오승환은 7월 24일(한국시간) 콜로라도에서 방출대기(DFA) 처리됐다. 일주일간 그의 영입 의사를 타진한 메이저리그 구단이 없었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다. 오승환은 지난해부터 한국행에 대한 의사를 공공연히 드러내왔다. 보류권을 가진 원 소속팀 삼성 라이온스도 전향적인 태도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31일 “잘 풀릴 것”이라고 원론적으로 답하면서도 “하루라도 빨리 계약할수록 좋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 서두를수록 좋은 이유는 징계 때문이다. 오승환은 일본프로야구 한신 소속이던 2015년 말 원정도박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KBO는 2016년 초 ‘KBO리그에 복귀한다면 시즌 총경기수의 50% 출장 정지 처분’ 징계를 내렸다. 오승환이 돌아와도 72경기 징계를 소화해야 한다. 삼성 관계자의 말처럼 하루라도 빨리 계약 후 등록이 돼야 징계 후 복귀일이 빨라진다. 등록일부터 삼성의 정규시즌 및 포스트시즌 경기는 오승환의 징계일에 포함된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과 재활에 매진한 뒤 2020시즌 초 복귀하는 것이 최상책이다.

# 자연히 과거 징계에 대한 갑론을박이 다시 펼쳐지고 있다. KBO의 징계 당시 오승환은 KBO리그 소속이 아니었다. ‘타 리그 선수’를 ‘추후 복귀 가능성’만을 두고 징계한 것이다. 촌극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징계 1년 후인 2017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김인식 감독은 오승환을 불러들였다. 징계 여파로 코칭스태프 내부에서도 여론이 엇갈렸고, 예비 엔트리에도 포함되지 않았지만 마지막 순간 그의 실력을 외면하지 못했다. 오승환은 기꺼이 태극마크를 달았고 2경기 3.1이닝 무실점 역투로 1라운드 탈락한 대표팀의 자존심을 지켰다.

# 오승환은 지난 1월 스포츠동아와 단독 인터뷰에서 징계에 대해 “팬들에게 큰 실망을 끼친 만큼 당연히 (징계를) 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KBO리그 소속이 아니었음에도 내려진 징계. 그러나 한국야구는 실리가 필요한 순간 명분을 버리고 오승환을 찾았다. 오승환의 말처럼 원정 도박 혐의는 명백한 불법이며, 팬들에게 실망을 안긴 것도 맞다. 하지만 태극마크를 달았던 기간만큼의 징계 감면을 내린다면 어떨까. 일반적으로 대표팀 소집기간은 FA 등록일수에 포함된다. 오승환은 2017년 2월 28일부터 3월 11일까지 12일간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만큼의 감면은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던 데 대한 ‘만회’가 되지 않을까.

대구|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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