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GM 출신 감독 대결, 양상문이 먼저 웃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4월 2일 21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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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양상문 감독(왼쪽)-SK 염경엽 감독. 스포츠동아DB
롯데 양상문 감독(왼쪽)-SK 염경엽 감독. 스포츠동아DB
KBO리그는 물론 미국 메이저리그에도 유례가 없던 ‘단장 출신 감독’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양상문 롯데 자이언츠 감독과 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의 격돌, 첫날 미소를 지은 쪽은 양상문 감독이었다.

롯데는 2일 인천 SK전에서 5-0으로 승리했다. 선발투수 장시환이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4회 전준우의 솔로포가 결승점이었다.

이날 경기는 한국 프로야구사에 큰 의미가 있었다. 양상문 감독과 염경엽 감독이 ‘역대 최초 단장 출신 감독’ 맞대결을 펼쳤기 때문이다. 2004년 롯데 지휘봉을 잡았던 양상문 감독은 2014년부터 4년간 LG 트윈스 감독직을 맡았다. 2018시즌에 앞서 단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류중일 감독이 그 뒤를 이어 LG 현장 지휘봉을 잡았다. 염경엽 감독은 2013년부터 4년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감독을 거쳐 2017년부터 2년간 SK 단장직을 수행했다. 이들이 올 시즌 처음으로 격돌하며 ‘GM 출신 더비’가 성사됐다.

프런트의 수장인 단장이 현장 지휘관인 감독으로 이동하는 사례 자체가 흔치 않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바비 콕스(1990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댄 제닝스(2015년 마이애미 말린스) 뿐이었다. KBO리그에서도 유영준(2018년 NC 다이노스) 전 감독과 양상문 감독, 염경엽 감독의 사례가 전부다.

양 감독과 염 감독은 ‘한국형 GM 야구’의 선구자로 꼽힌다. 현장 코치와 감독을 거쳐 프런트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에 현장과 프런트의 가교 역할에도 능했다. ‘비야구인’이 주도하는 메이저리그식 단장야구가 뿌리 내리기 힘든 한국의 현실에서, 현장을 겪었던 이들은 단장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해 ‘우승 단장’의 영예를 누렸다. 이들은 지난해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앞서 강승호(SK)-문광은(LG)의 트레이드를 주도하기도 했다.

양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안 그래도 단장 출신 감독의 맞대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염 감독에게 ‘잘해보자’고 격려했다. 염 감독도 최선을 다하자고 하더라”라는 소회를 밝혔다.

첫 경기는 양 감독의 판정승이었다. 겨우내 양 감독이 준비한 ‘선발 장시환’ 카드가 맞아떨어졌다. 지난해까지 장시환은 불펜 자원으로만 여겨졌다. 2017년 롯데로 트레이드 된 후 선발등판은 한 차례도 없었다. KT 위즈 시절인 2016년 7월 13일 수원 넥센전이 마지막 선발등판이었다. 하지만 양 감독은 장시환에게 4선발 중책을 맡겼다. 첫 등판인 27일 사직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2.2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2016년 6월 14일 수원 한화 이글스전 이후 1022일만의 선발승을 거둔 장시환과 롯데 모두 웃을 수 있는 경기였다. 아울러 한국 야구 역사도 한 층 더 풍부해진 하루였다.

인천|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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