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배구선수의 체력소모와 경기 준비 과정은?

김종건 기자 입력 2018-12-28 05:30수정 2018-12-2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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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다 지쳐.’ 도로공사 주포 박정아(왼쪽)가 25일 열린 IBK기업은행전에서 스파이크 공격을 하고 있다. 박정아의 활약에도 도로공사는 IBK기업은행에 0-3 완패를 당했다. 이틀 전인 23일 GS칼텍스전을 치른 뒤 단 하루만 휴식을 취한 게 패인이었다. 화성|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배구는 야구처럼 연전이 가능한 단체 구기종목이다. 잘하는 선수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경기를 끝낸다지만 좌·우폭 9m의 코트를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구르고 뛰다보면 체력소모가 만만치 않다. 2시간30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풀세트경기를 마치면 선수들의 체중은 2~3㎏ 정도 빠진다.

참고로 마라톤 풀코스(42.195㎞)를 완주하면 마라토너의 체중은 4~5㎏ 정도 줄어든다. 대부분은 땀으로 배출한 수분의 무게다. 체지방은 170g 정도 연소된다. 축구도 90분 경기를 마치면 체중이 3~4㎏ 가량 줄어든다. 마라톤과 축구는 한 경기를 마치면 체력소진이 심해 다음 날 경기를 생각할 수도 없지만 플레이가 쉼 없이 이어지지 않는 배구는 다르다.

물론 그렇더라도 경기 뒤 2~3일은 쉬어줘야 팀이 완벽한 상태로 되돌아온다. 25일 도로공사가 IBK기업은행에 0-3 완패를 당한 것도 결국은 체력 탓이었다. 23일 김천에서 GS칼텍스에 3-1로 이긴 뒤 하루만 쉬고 25일 화성에서 오후 2시 경기를 하는 일정은 가뜩이나 베테랑이 많은 팀에게는 힘든 상황이었다. 도로공사 선수들 대부분 발이 무거웠다.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가운데). 사진제공|KOVO

● 체력이 방전된 상태로 시즌을 맞이한 대한항공의 위험신호

요즘 대항항공 박기원 감독의 입에서는 비상상황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이번 시즌 통합우승을 노리며 선두권을 질주하지만 체력 때문에 항상 걱정이다. 많은 주전 선수들이 비 시즌 동안 국가대표팀 일원으로 힘든 일정을 소화하느라 체력이 방전된 채로 시즌에 곧바로 들어가다 보니 경기는 이겨도 항상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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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무려 38개 범실, 특히 서브범실을 28개나 한 것도 체력 탓이었다. 박기원 감독은 “서브연습 할 시간이 없었다. 체력 때문에 경기 마치고나면 쉴 시간을 줘야 하는데 경기 전에 서브연습 할 시간이 10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며 “우리 서브는 한계상황에서 왔다 갔다 할 정도로 강하게 넣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반복훈련이 필요하다. 지금 그럴 충분한 시간이 없는 게 문제”라고 했다.

지친 선수들의 몸 상태를 감안해 정해진 짧은 시간 안에서 휴식을 주고 다음 경기를 대비한 훈련을 반복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선수 개개인의 몸 상태를 고려해가면서 분초를 쪼개 정교한 훈련일정을 짜다보니 코칭스태프와 체력담당, 의무팀도 고생이 많다. 4라운드 끝나고 맞이하는 올스타브레이크에 들어가기 전까지 대한항공의 경기일정은 빡빡하다. 시즌 최대의 고비에서 어떻게든 버텨야하는 상황에 베테랑 감독은 “요즘 잠도 오지 않는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대한항공 정지석(왼쪽)-현대캐피탈 문성민. 사진|KOVO·스포츠동아DB

● 경기 뒤 선수들의 루틴과 체력보충 방법은

대개 한 경기를 마치면 주전 선수들은 다음 날 오전 휴식을 하고 오후에 회복훈련을 시작한다. 이후 다음 경기를 대비한 준비과정에 들어가는데 이 기간이 짧으면 선수들의 몸이 정상적으로 돌아오지 않은 채 또 경기를 해야 하는 악순환의 반복이 된다. 회복기간은 선수마다 다르지만 젊은 선수는 최소한 하루, 베테랑 선수들은 2~3일을 관리해야 다시 정상의 몸이 된다. 그래서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는 것이 시즌 때 선수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구단이 20여명의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식비로 매달 2000~3000만원을 투자하는 것도 잘 먹어야 힘을 쓴다고 믿어서다. 물론 체중을 걱정하는 선수들은 마음대로 먹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일반인의 식사보다는 훨씬 고급지고 양도 많다. 식사 외에도 선수들은 각자 알아서 보약 등으로 몸을 챙긴다. 시즌 중에는 도핑의 우려 때문에 꺼리지만 대부분은 비시즌 때 집중적으로 보양이나 보양식을 먹는다. 요즘 V리그의 대세 정지석(대한항공)의 보양식은 장어즙이다. 현대캐피탈의 문성민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체력을 위해 개소주를 먹는다”고 몇년 전 인터뷰에서 밝힌 적도 있다.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 사진제공|KOVO

● 시즌 도중 훈련을 하는 이유와 내부의 적

사실 프로 선수들은 이미 어느 정도의 기량을 갖췄기에 훈련으로 새롭게 실력이 느는 경우는 드물다. 다만 젊은 선수들은 시즌 전에 반복훈련을 통해 그동안의 잘못된 습관을 고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익힌다.

시즌 도중에 반복되는 훈련은 오로지 경기를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선수 대부분이 가진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몸 상태를 유지하고 팀워크를 맞춰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즌 전의 훈련이 시즌 도중의 훈련보다 더 힘들다.

또 선수들은 경기보다는 훈련을 더 힘들어한다. 간혹 몇몇 외국인선수는 훈련을 하지 않고 경기에만 출전하겠다고 요구하지만 예외를 인정해주는 감독은 거의 없다. 도중에 퇴출된 많은 외국인선수가 겉으로는 기량미달로 포장되지만 이런 훈련문제로 주위와 알력을 빚어서 떠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외국인선수 뿐만이 아니다. 토종선수들도 감히 말은 못하지만 힘든 훈련과 긴장의 연속인 반복된 일정을 싫어해 간혹 사고를 친다. 그래서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은 “적은 내부에 있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는 “힘든 훈련은 하기 싫으면서도 경기에는 나가려는 선수들이 많다. 이런 선수들이 많으면 팀은 반드시 깨진다”고 했다. 시즌 준비과정에서 힘든 반복운동을 통해 힘과 기량을 비축한 선수들은 긴 시즌을 소화해가면서 이를 조금씩 소진한다. 시즌 전에 준비한 체력으로 경기를 거듭하다보면 근육이 줄어들고 몸 여기저기에서 탈이 난다. 이 것을 막으려면 보강운동이 필수다. 시즌 중에도 짬짬이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을 강화시켜야 힘이 떨어지지 않는데 이 과정이 힘들다.

결국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않으면 V리그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연말연시에 많은 유혹을 참아가면서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하는 V리그의 수많은 선수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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