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행 앞두고 벼랑 몰린 ‘풍운아’ 빅토르 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월 24일 05시 30분


빅토르 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빅토르 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길고 긴 영욕의 세월을 보낸 ‘빙판 위의 풍운아’가 다시 한번 벼랑 끝에 몰렸다.

남자쇼트트랙 1인자로 꼽히는 빅토르 안(33·한국명 안현수)이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출전 불발 위기에 놓였다. 사유는 금지약물 적발이다. 23일(한국시간) 러시아 다수 언론은 “빅토르 안이 평창올림픽 출전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문제가 되는 지점은 최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추려낸 러시아 선수단 도핑(금지약물 복용) 리스트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앞두고 캐나다 법학자 리차드 맥라렌 교수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러시아가 벌인 조직적 도핑 은폐 실태, 이른바 ‘맥라렌 보고서’를 폭로했다. 이에 IOC는 러시아 선수단의 국가차원 올림픽 출전자격을 박탈했고, 도핑 검사를 무사통과한 선수들에 한해 개인 자격으로 평창 땅을 밟을 수 있게 했다. 이후 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IOC에 평창올림픽 참가 희망선수 500명 명단을 제출했다. IOC는 최근 자체조사를 벌여 111명을 제외했다. 현재로선 여기에 빅토르 안이 여기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올림픽 통산 6관왕에 빛나는 쇼트트랙 황제가 불명예 은퇴 위기에 몰린 셈이다.

빅토르 안은 한국빙상을 이끈 굴지의 스타플레이어였다. 2002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에서 17살 나이로 1000m 결선에 오르면서 주목을 받은 빅토르 안은 4년 뒤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1000m와 1500m, 5000m 계주를 휩쓸며 자타공인 1인자가 됐다. 김동성(38)을 이을 또 하나의 쇼트트랙 황제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빅토르 안은 토리노동계올림픽 이후 빙상계 파벌 싸움에 휘말려 갈등을 겪었고, 무릎 부상까지 당해 수술대만 세 차례 올랐다. 절정의 기량을 펼치려고 절치부심했던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역시 남의 잔치가 됐다.

결국 빅토르 안은 일생일대의 결심을 한다. 러시아로의 귀화였다. 2014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전력 강화를 노리던 러시아와 뜻이 통했다. 2011년 8월 고심 끝에 러시아인이 된 빅토르 안은 다시 정상에 올랐다. 소치올림픽에서 500m, 1000m, 5000m 계주를 연달아 제패하고 8년 만에 올림픽 3관왕이 됐다. 그러나 이번 출전정지로 네 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으려던 꿈이 물거품이 될 처지로 몰렸다. 러시아 당국과 IOC는 아직 정확한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는 상황. 빙판 위의 풍운아는 과연 모국에서 금빛 질주를 이어갈 수 있을까.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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