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포수王國 두산의 빛나는 ‘수출’역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19일 05시 30분


두산은 자타공인 ‘포수왕국’이다. 넘치는 포수자원 탓에 이적 이후 빛을 본 선수들이 수없이 많다. 17일 두산에서 한화로 트레이드된 포수 최재훈.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두산은 자타공인 ‘포수왕국’이다. 넘치는 포수자원 탓에 이적 이후 빛을 본 선수들이 수없이 많다. 17일 두산에서 한화로 트레이드된 포수 최재훈.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포수는 그라운드의 야전 사령관이다. 경기 전체 흐름을 읽고 운영해 나가는 감독의 복심이기도 하다. 계산하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포수의 능력에 따라 투수의 성적이 달라진다.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포수는 성장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각 팀이 유망주 포수를 트레이드 불가 자원으로 묶어 특별 관리하는 이유다.

그러나 두산은 17일 최재훈(30)을 한화로 트레이드 시켰다. 두산에서는 세 번째 포수였지만 한화에서는 당장 주전 안방마님으로 꼽힌다. 최재훈은 최근 몇 년간 많은 팀이 탐냈던 포수였다. 이 정도 수준의 포수를 다른 팀으로 떠나보낼 수 있는 팀은 두산 외에는 쉽게 찾기 어렵다.

두산 출신 포수는 이미 KBO리그에서 하나의 브랜드와도 같다. 두산이 갖고 있는 포수왕국이라는 타이틀은 최근에 이루어진 금자탑이 아니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두산은 포수 포지션만큼은 항상 부잣집이었다. 포수 스카우트와 외부영입, 그리고 육성에 항상 공을 들였고, 최근 양의지까지 뛰어난 포수를 배출해왔다. 그만큼 두산 출신 포수들은 KBO리그 역사를 바꿨을 정도로 타 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포수 사관학교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선수 시절 김경문-김태형(오른쪽).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선수 시절 김경문-김태형(오른쪽).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프로야구 원년 우승을 차지한 두산의 전신 OB에는 최정상급 수비형 포수 조범현(전 kt 감독)과 김경문(NC 감독)이 있었다. 1990년까지 둘은 두산의 안방마님 자리를 함께 지켰다. 1990시즌 김경문은 태평양으로 이적했고, 그 해 국가대표 출신 김태형(두산 감독)이 OB에 입단했다. 그 해 조범현은 84경기를 뛰었고, 김태형은 87경기에 출전하며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1991시즌 조범현은 삼성으로 이적했다.

1994년에는 이도형(NC 코치)이라는 걸출한 공격형 포수가 입단한다. 김태형, 이도형 배터리 콤비는 1995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 이룬다. 수비의 달인 김태형, 장타력이 있는 포수 이도형의 조합은 위력적이었다.

이후 두산 포수 역사는 화려함 그 자체다. 1996년 대형 포수 최기문(NC 코치)이 1차 지명으로 입단한다. 1997년에는 ‘10년 만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포수’라는 극찬 속에 진갑용이 베어스 유니폼을 입는다. 1999년에는 또 한명의 걸출한 포수 홍성흔이 입단했다. 김태형 감독은 “당시 진갑용과 홍성흔의 경쟁이 대단했다. 팀 자체 청백전 때 보통 포수가 타석에 들어서면 사인을 복잡하게 내지 않는데 홍성흔은 신인 때 진갑용이 타석에 서면 몸쪽 공도 사인을 내기도 했다”며 추억했다.

선수시절 진갑용-홍성흔(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두산 베어스
선수시절 진갑용-홍성흔(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두산 베어스

치열한 포수 포지션 경쟁 속 이도형은 2002년 한화로 이적했다. 이후 2010년까지 이글스 포수로 맹활약했다. 진갑용의 트레이드는 프로야구 역사를 바꾼 장면으로 기억된다. 1999시즌 홍성흔이 주전자리를 차지하자 두산은 진갑용을 삼성으로 트레이드했다.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지도자 수업중인 진갑용은 “삼성에서 조범현 당시 배터리 코치를 만나 큰 성장을 이뤘다”고 되돌아봤다. 진갑용은 이후 삼성에서 무려 7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1999년에는 최기문도 롯데로 이적해 2005년까지 주전으로 활약했고, 2009년 은퇴할 때까지 강민호의 든든한 멘토 역할을 했다. 2001년에는 3할 타율을 치는 포수로 각광을 받았고, 투병 중이던 故 임수혁의 빈자리를 대신한 구도 부산의 안방마님이었다.

이 밖에 수많은 두산 출신 포수들이 각 팀의 비상상황에서 투입돼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한화에서 데뷔했지만 두산에서 성장을 이룬 채상병은 2009년 삼성으로 이적해 소금 같은 역할을 했다. 용덕한은 2004년부터 2011까지 두산에서 뛰었고, 2012~2014 롯데, 2015~2016 NC에서 믿음직한 포수로 활약했다.

전 두산 채상병-용덕한(오른쪽). 스포츠동아DB
전 두산 채상병-용덕한(오른쪽). 스포츠동아DB

리그 전체에 큰 영향을 미쳤던 두산 포수들은 이제 각 팀 감독과 코치로도 뛰어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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