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배구, 향후 10년 책임질 세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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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4월 4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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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니(왼쪽)와 이효희의 뒤를 이을 후배세터는 누구일까. 신예세터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여자배구에 세대교체가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간 화려한 계보가 대표팀을 진두지휘했지만, 이젠 향후 10년을 이끌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 필요하다고 배구인들은 입을 모은다. 스포츠동아DB
김사니(왼쪽)와 이효희의 뒤를 이을 후배세터는 누구일까. 신예세터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여자배구에 세대교체가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간 화려한 계보가 대표팀을 진두지휘했지만, 이젠 향후 10년을 이끌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 필요하다고 배구인들은 입을 모은다. 스포츠동아DB
“아직 확실히 결정하진 않았다. 현역 연장을 놓고 고민 중인 것은 맞다. 감독님과 상의 후 다시 말씀드리겠다.”

IBK기업은행 세터 김사니(36)는 2016~2017 V리그 챔피언결정전 4차전이 끝난 뒤 이 같이 말했다. 김사니는 V리그는 물론 대표팀에서도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세터. 2차례 올림픽(2004아테네·2012런던)과 아시안게임(2006도하·2010광저우) 출전 경력도 있다. 이효희(37·도로공사)와 더불어 V리그 여자부 현역 세터 가운데 가장 풍부한 국제경험을 지녔다. 김사니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는 가장 큰 이유다. 국제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세터들이 하나둘 코트를 떠나고 있어서 더 그렇다.

실제로 과거 대표팀은 세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컴퓨터 세터’로 불리던 이도희과 강혜미가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국제대회에서도 경쟁력이 있었다. 아테네올림픽 이후 강혜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자연스럽게 김사니가 대표팀 주전 세터로 자리 잡아 2012런던올림픽까지 활약했다. 이후 이효희가 그 자리를 이어받아 2014인천아시안게임과 2016리우올림픽 대표팀 주전 세터로 나섰다. 문제는 이를 세대교체로 볼 수 없다는 데 있다. 이효희는 오히려 김사니보다 한 살이 많다. 이미 김사니가 대표팀을 떠난 마당에 이효희마저 은퇴를 선언하면 성인대표팀 경험을 지닌 세터를 찾는 작업은 더 어려워진다.

일본은 명세터 다케시타 요시에가 런던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 뒤 미야시타 하루카(23·오카야마)가 빠르게 자리 잡았다. 이는 다케시타의 기량이 절정에 올랐을 때부터 ‘포스트 다케시타’를 찾는 작업을 한 덕분이다. 186㎝의 장신 센터 카노 마이코(29·히사미츠)의 세터 전향을 시도한 것도 배구에서 세터가 차지하는 비중을 잘 알고 있어서였다. 공격 전체를 조율해야하는 세터의 특성상 육성에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대표급 세터가 보이지 않는다면 이는 V리그의 흥행과도 직결되는 문제라 향후 10년을 책임질 세터의 존재가 절실하다.

미야시타 하루카.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미야시타 하루카.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세터는 안정된 토스워크는 물론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정확한 타깃(공격수)을 설정하는 판단력을 갖춰야 한다. 지도자들이 “세터 키우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꾸준한 훈련에 타고난 감각까지 동반돼야 해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현시점에서 대표팀 차기 주자는 리우올림픽에 출전했던 염혜선(26·현대건설)을 비롯해 이다영(21·현대건설)과 조송화(24·흥국생명), 안혜진(19·GS칼텍스)이 손꼽힌다. 한 배구인은 “2018자카르타아시안게임과 2020도쿄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선 지금부터 젊은 세터를 육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세터를 중심으로 한 패턴플레이가 한 방을 노리는 배구보다 확률이 높다. V리그에서도 갈수록 세터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현대건설 염혜선-이다영-흥국생명 조송화-GS칼텍스 안혜진(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현대건설 염혜선-이다영-흥국생명 조송화-GS칼텍스 안혜진(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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