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 해’ 2017년, 누가 하늘 높이 날아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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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월 3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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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를 상징하는 동물이 원숭이였다면, 2017년 새해를 대표하는 동물은 ‘닭’이다. 닭은 어둠을 물리치고 여명을 알리는 존재다. 우리의 삶 속에서도 닭은 동이 트기 전 아침을 여는 동물로 익숙하다. 서른여섯 번째 시즌을 맞는 KBO리그에서도 닭의 울음소리와 함께 희망찬 한 해를 맞는 선수들이 있다. 바로 닭띠 스타들이다. 현재 KBO리그 현역선수들 가운데 1993년생과 1981년생 두 닭띠 그룹이 2017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다. 올해로 24세를 맞는 1993년생 신진급과 황혼기에 접어드는 1981년생 베테랑들을 살펴봤다.

삼성 구자욱-심창민-NC 김성욱-LG 이준형-두산 고봉재-넥센 한현희(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삼성 구자욱-심창민-NC 김성욱-LG 이준형-두산 고봉재-넥센 한현희(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 1993년생…팀의 미래에서 주축으로

닭의 비상을 가장 바라는 팀은 삼성이다. 구자욱과 심창민이라는 투타 신예들이 모두 닭띠 선수들이다. 2015년까지 왕조의 영광을 독식했던 삼성은 지난해 9위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올 시즌 전망 역시 밝지 않다. 주축선수인 최형우(34)와 차우찬(30)이 모두 프리에이전트(FA)로 팀을 떠난 것이다.

반등의 열쇠를 쥔 선수는 구자욱이다. 좌타거포 최형우가 없는 상황에서 구자욱은 타선과 수비 양면 모두에서 책임감이 막중하다. 그만큼 기대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특히 현역 마지막 해를 맞는 이승엽(41)이 1루를 맡을 경우 구자욱이 외야를 책임져야 공백 최소화가 가능하다. 마무리 심창민의 어깨도 무겁다. 심창민은 올해 소속팀은 물론 국가대표팀의 뒷문까지 책임지게 됐다. 3월 열리는 2017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게 된 심창민으로선 닭의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NC도 삼성만큼이나 닭띠 스타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이미 기량을 검증받은 2루수 박민우는 물론 외야수 김성욱의 성장에 초점이 모아진다. 김성욱은 지난 시즌 강한 어깨와 일발장타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새해 주전으로 도약한다면 나성범(28)~이종욱(37)~김준완(27) 등으로 이뤄진 막강한 외야진 구성도 노려볼 수 있다.

LG 이준형과 두산 고봉재는 지난 시즌 마운드에서 성장가능성을 함께 나타냈다. 이준형은 LG 이적 후 두 번째 시즌에서 5선발 가능성을 나타냈다. 후반부엔 구원으로 보직을 옮겼지만, 시즌 초반 5이닝을 여럿 막아내며 LG 마운드의 미래를 밝혔다. 고봉재는 지난해 혜성 같이 등장한 신예투수였다. 입단 첫 시즌이던 만큼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두둑한 배짱투구로 두산 불펜진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내년 팀의 필승조가 헐거워진 상황에서 두산이 믿고 있는 투수가 바로 고봉재다.

아픈 과거를 뒤로 하고 비상을 꿈꾸는 이들도 있다. 넥센 한현희와 KIA 한승혁이다. 한현희는 2015년 겨울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뒤 1년간 재활에 매진했다. 그의 복귀를 바라는 넥센의 기대도 어느 때보다 크다. 어깨 상태에 따라 선발 투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승혁은 KIA 불펜의 키를 쥔 투수다. 에이스 양현종(29)을 눌러 앉히고, 거포 최형우를 데려온 KIA는 불펜진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그간 대형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던 한승혁이 꼬리표를 떼어 낸다면 대권 도전은 더 가까워진다.

KIA 이범호-한화 배영수-심수창-두산 니퍼트(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KIA 이범호-한화 배영수-심수창-두산 니퍼트(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 1981년생…화려한 황혼기를 위하여

올해로 서른여섯인 1981년생 그룹은 현역으로서 황혼기에 접어들게 된다. 예년 같으면 30대 중후반을 은퇴시기로 치부했지만, 현역기간이 늘어난 현재로선 서른여섯 나이는 청춘에 불과하다.

베테랑 닭띠들이 가장 빛나는 곳은 KIA다. 내외야 주축인 이범호와 김주찬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에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낼 선수로 손꼽히고 있다. 우선 성적면에서 나무랄 데가 없다. 이범호는 지난해 주장을 맡으며 생애 최다인 33홈런을 때려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량이 만개하는 모습이다. 김주찬도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받은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새해에도 지키겠다는 각오다.

재기와 함께 가을야구를 향한 꿈을 품은 닭띠들도 여럿 있다. SK 중심타자 박정권과 한화 베테랑 투수인 배영수와 심수창은 후배들을 이끌고 가을잔치 재입성을 노린다. 2010년을 전후해 SK 왕조의 주역으로 발돋움했던 박정권은 지난해 성에 차지 않은 시즌을 보냈다. 개인 성적은 하향 곡선을 그렸고, 팀 역시 5강 진입에 실패했다. 닭의 해에 발맞춘 분발이 필요한 이유다. 배영수와 심수창은 마운드의 고참으로서 무거운 짐을 후배들과 나눠지어야 한다.

한국선수는 아니지만 닭의 해가 유독 반가운 이도 있다. 두산 외국인투수 더스틴 니퍼트다. 현재 두산과 재계약이 성사되진 않았지만, 잔류는 유력한 상황이다. 니퍼트가 올해에도 두산에 남는다면 한국 데뷔 7년차를 맞이한다. 팀의 한국시리즈 3연패가 달려있기에 니퍼트의 어깨에 관심이 쏠린다.

닭은 십이지신 중에서 상상 속의 용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하늘을 날 수 있는 동물이다. 과연 정유년 새해엔 어떤 닭들이 하늘 높이 비상할 수 있을까.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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