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 그들을 말한다] (2) 김원형 롯데투수코치 “롯데 마운드 개조는 의식부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1일 05시 30분


친정팀을 떠나 올겨울 롯데에 둥지를 틀게 된 김원형 수석 겸 투수코치. 조원우 감독을 보좌하겠다는 마음으로 팀을 옮긴 김 코치는 마운드는 물론 팀 전체를 아우르는 수석까지 맡게 됐다. 무거운 책임감만큼 각오 역시 남다르다. 사진제공 | 롯데자이언츠
친정팀을 떠나 올겨울 롯데에 둥지를 틀게 된 김원형 수석 겸 투수코치. 조원우 감독을 보좌하겠다는 마음으로 팀을 옮긴 김 코치는 마운드는 물론 팀 전체를 아우르는 수석까지 맡게 됐다. 무거운 책임감만큼 각오 역시 남다르다. 사진제공 | 롯데자이언츠
롯데 김원형 투수코치(44)의 현역 시절 애칭은 ‘어린 왕자’였다. 앳된 외모 덕분이었다. 세월이 흘러 흰머리가 생겼어도 김 코치의 동안(童顔)은 여전하다. 모자를 벗고, 가까이서 보면 탤런트 이상윤을 많이 닮았다. 그러나 겉모습과 달리 김 코치의 실제 성격은 보스 기질이 넘치고, 강단 있다. 이런 리더십은 학습해서 얻어지는 영역이 아니다. SK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미래의 감독 후보로 거론됐던 김 코치가 전격 롯데행을 결행했다. 평탄한 길을 마다하고,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야구 인생의 새로운 도전에 나선 김 코치를 29일 사직구장에서 만났다.

● 조원우 감독 돕고 싶어 결정한 롯데행

사실 조 감독은 롯데 감독에 내정됐을 때부터 김 코치를 원했다. 그러나 SK 프런트가 난색을 표시한 상황에서 김 코치가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나 SK가 외국인감독 체제로 선회하자 김 코치도 팀을 떠나기로 정했다. 김 코치는 쌍방울에서 프로 인생을 시작했다. 쌍방울이 SK에 인수된 뒤 현역 인생 끝까지 뛰었다. 노히트노런 포함해 134승(2171이닝)을 올리는 동안, 한 번도 자의로 팀을 바꾸지 않았다. 이런 김 코치가 아무 연고도 없는 부산으로 왔다. 아이들 교육을 배려해 가족들은 인천에 두고, 홀로 살 예정이다. “팀을 옮기는 것이 처음이라 심사숙고했다. 조 감독님과 야구하고 싶은 마음을 떠올리니 결정이 되더라.”

좋아하는 선배 한 명 보고, 앞날이 불투명한 부산행을 택한 것이다. 조 감독 계약은 2017시즌으로 종료된다. 어쩌면 둘이 같이 야구할 시간이 채 1년도 남지 않았을 수 있음에도 왔다. “익숙한 팀에 있다보면 올해 못해도 ‘내년에 잘하면 되지’,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이 사람이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내년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 속에 있으니 책임감이 생긴다.” 롯데 조 감독은 30일 김 코치에게 투수코치 외 수석코치까지 맡겼다. kt에서 온 김민재 수비코치와 더불어 김 코치는 조 감독과 운명공동체라 할 수 있다. 야구계에서는 “조 감독이 2017시즌을 맞아 할 수 있는 카드를 다 쓰려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롯데 김원형 코치.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김원형 코치.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마운드에서 즐겁고 싶으면 ‘기본’을 꾸준히

김 코치는 오키나와 마무리캠프를 통해 롯데 투수들과 ‘상견례’를 했다. “흐뭇했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베테랑에게 자발적으로 하려는, 영건에게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열의를 느꼈기 때문이다. 이제 2월1일 스프링캠프까지 두달여의 시간은 투수들의 몫이다. 캠프에 가면, 이름값이 아니라 오직 구위로 보직이 결정될 것이다.

김 코치는 김인식, 김성근 등 카리스마형 지도자들 밑에서 현역 생활을 했지만 열린 스타일의 교습을 중시하는 편이다. “선수들도 나에게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선수도 다 공부한다. 선수가 납득이 된 다음에 변화를 진행해야 한다. 선수들이 앞에서는 코치라서 얘기 듣지만 뒤돌아서 납득 못하는 그런 코치가 되면 안 된다”는 경계도 꺼냈다. “선수는 단기간에 바뀌지 않는다. 코치는 선수 멘탈까지 케어하는 시대”라는 얘기도 했다.

각론에서는 유연하지만 총론에서 김 코치가 타협하지 않는 지점이 바로 ‘기본’이다. “투수는 마운드에서 즐거워야 한다. 즐거움의 뜻은 마운드에서 무언가를 해보려는 자세다. 기술적인 것은 코치마다 방식이 다 다르다. 그러나 투수가 공을 잘 던지기 위해 해야 하는 기본은 같다. 결국 달리기, 체력과 근력 보강 운동, 그리고 자기관리다.” 준비가 잘 되면 불펜이나 마운드에서 자신감, 투쟁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경험에서 터득한 진심이다. “마운드에서 만족한 투구를 하면, 그날 뭘 하든 행복한 것이 투수”라고 김 코치는 말했다. 롯데 투수들에게 그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2017시즌 김 코치의 미션일 터다.

● 2017년 롯데는 선발야구를 지향

밖에서 본 롯데 투수들의 이미지는 ‘착하다’였다. 착하다는 것은 승부의 세계에서 결코 칭찬이 아니다. ‘독기가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코치는 투수들에게 “노력한다는 말 하지 마라”고 곧잘 말한다. 프로라면 ‘노력’, ‘열심히’는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다지 크지 않은 하드웨어로 김 코치가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은 ‘꾸준함’, 그리고 나름의 ‘절제’였다. 타고난 기량에 차이가 있어도 이 두 가지만 지킨다면 화려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다고 믿는다.

김 코치 앞에 놓인 롯데의 2017년은 오리무중이다. 외국인투수는 결정 안 됐고, 박세웅 박진형 등 영건이 내년에도 잘할지는 미지수다. 송승준, 노경은 등 베테랑 선발의 미래도 낙관할 수 없다. 김 코치는 “감독님과 상의하겠지만 최대한 후보군을 많이 만들겠다. 돌발 상황은 무조건 생긴다고 보고 대비하겠다”는 기본 노선을 말했다. 중간, 마무리보다 선발 구성과 운영에 가장 역점을 두겠다는 점만큼은 분명히 밝혔다. 김 코치는 “성공한 자만이 스토리를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마 롯데에서의 시간은 김 코치 야구인생에 도움이 될 경험의 연속일 것이다. 달콤할지, 씁쓸할지는 봐야겠지만.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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