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홍정호·지동원 ‘아욱국’ 적응왕은 구자철…“늘 긍정적이라 부러워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24일 05시 45분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태극전사 3총사 홍정호, 지동원, 구자철(맨 왼쪽부터)이 스포츠동아 창간 8주년 축하 메시지를 담은 친필 사인을 들어보이고 있다.아우크스부르크(독일)|윤영신 통신원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태극전사 3총사 홍정호, 지동원, 구자철(맨 왼쪽부터)이 스포츠동아 창간 8주년 축하 메시지를 담은 친필 사인을 들어보이고 있다.아우크스부르크(독일)|윤영신 통신원
■ 한국인 3총사 ‘분데스리가 라이프’

언어가 가장 큰 걸림돌…독일 인프라는 최고
가족 곁에 없을땐 서로 매일 보다시피 했어요

구자철 “獨 축구, 다른 리그에 비해 조직적”
지동원 “공격진의 수비가담 중요하게 생각”

구자철 “AG·올림픽 동메달, 가장 기억에 남아”
홍정호 “수비에 일가견 있던 선수로 남고 싶어”


K리그가 아닌 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축구 클럽에, 한 나라에서 더군다나 한 팀에서 그것도 한국인이 3명씩이나 뛰고 있다는 것은 몇 천만분의 1 확률로도 쉽게 설명이 되지 않을 듯하다. 그런데 그 엄청난 확률을 뚫고 이들은 한 팀원이 됐다.

2015∼2016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절정의 기량을 펼치고 있는 구자철(27)과 ‘통곡의 벽’ 홍정호(27), 그리고 ‘킬러 본능’ 지동원(25)은 아우크스부르크에 나란히 몸담고 있다. 팬들에게는 ‘아욱국 3총사’로 불리는 이들의 축구인생을 아우크스부르크 현지에서 생생하게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스포츠동아 창간 8주년 특집 인터뷰. 다만 아쉽게도 3명 전부와 한 자리에서 만날 수는 없었다. 클럽과 인터뷰를 약속한 날, 공교롭게도 개인 트레이닝 스케줄이 각기 달랐던 탓이다. 그래도 서로의 속내를 접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분데스리가, 최고의 리그에서 국가대표 3총사가 보고 느낀 것들을 솔직담백하게 담아내고자 한다.

● 독일이란 나라

-현지 생활은 잘 적응했는지?

구자철(이하 구)=아무래도 처음 정착할 때가 제일 힘들었다. 언어도 안 되고,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았다. 이제는 그 어렵던 독일어가 조금씩 되고 있고, 특히 올 시즌은 경기에도 계속 나가고 있기 때문에 괜찮은 것 같다.

홍정호(이하 홍)=난 처음에 전문 통역 지원도 없이 독일에서 무작정 부딪혔다. 정말 힘든 시간을 홀로 보냈는데, 6개월 뒤에 (지)동원이가 오고, 올 시즌에는 (구)자철이 형도 오고, 곁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할 수 있어 만족하며 살고 있다.

-지동원도 독일어를 잘했나?

홍=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험이 있어서인지 동원이는 영어를 할 줄 안다(웃음). 나는 아직도 간단한 대화는 되는데 나머지는 옆에서 많이 도와줘야 한다.

지동원(이하 지)=솔직히 나도 특별히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웃음), 표현하는 데 있어서 불편함은 없다. 그리고 나도 도움을 받고 있다.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과 떨어져 사는 것이 제일 힘든 것 같다.

-독일에 가장 잘 적응한 사람은?

홍·지=(이구동성) 당연히 자철이 형이다. 성격도 활발하고 대화를 즐길 줄 안다. 무엇보다 성격이 밝고 긍정적이라서 우리보다 생활하는 데 훨씬 수월하게 사는 것 같다. 부러울 따름이다.

-한국에선 유학이든, 이민이든 독일 열풍이다. 현지에서 느끼는 점은?

구=독일이라는 나라가 여러 모로 인프라가 굉장히 발달돼 있다. 가까운 다른 나라들만 가더라도 독일이란 나라가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인지 쉽게 느낄 수 있더라. 전반적으로 환경 자체가 좋아 삶에 만족하면서 살고 있다.

홍=내 생각에는 정말 부유한 나라인 것 같다. 내가 사는 도시는 작아서 조금은 불편한 점도 있지만(웃음). 사람들이 다 친절하고 선진 마인드가 있어 공공규범을 잘 지킨다. 무엇보다 한국처럼 사람들이 바쁘지 않고 느긋하다.

-본인이 성급한 성격은 아닌지?

홍=원래 한국인들은 모두가 그렇지 않나?(웃음)

-한국인 선수가 한 팀에 3명이다. 서로 자주 소통하는지?

구=솔직히 가족들이 서로 없을 때는 거의 매일 붙어있다시피 했다(웃음). 하지만 지금은 나도 아내와 아이가 있고, 다들 가족이 있어서 그런지 더 이상의 교류는 많지 않다. 더구나 선수단 훈련할 때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데, 이제는 굳이 따로 만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잘들 지내고 있으니까.

-한국인이 세 명이기 때문에 주목받을 것 같다.

홍=아무래도 확실히 관심은 많이 받고 있다. K리그 팀도 아닌데 한국선수들이 3명이나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기도 하다. 성적이 좋을 때는 우리가 잘하는 느낌이 있어서 좋지만, 반대로 성적이 나쁠 때는 오히려 불안하다. 오히려 세 명이기 때문에 조심하고 경계해야 할 부분은 있는 것 같다.

● 분데스리가

-본인들이 겪은 분데스리가는 어떤 느낌인지?

구=서로 5년여 가까이 지내면서 항상 느낀 건데, 다른 리그에 비해 굉장히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팀과 조직이라는 측면에서 유럽에서도 단연 최고라 말할 수 있다.

지=선수들이 보는 시선은 대체적으로 서로 비슷한 것 같다. 나도 프리미어리그도 경험을 했지만 분데스리가는 확실히 타 리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조직적인 플레이를 요구하고, 공격진의 수비가담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분데스리가만의 매력이 있다면?

구=처음도, 둘째도, 마지막도 항상 팬이다. 어떤 사안이든 팬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리그 수준도 상당히 높지만, 팬들과의 의사소통을 일순위로 두고 있다. 팬들과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 같다.

지=최고의 리그라고 생각한다. 항상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자부심을 갖고 뛰고 있다.

홍=부상을 당하며 재활을 하는 동안 팬들의 응원과 위로를 많이 받았다. 그러면서 독일에서 더 남아서 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간절해졌다고 할까. 팬들의 열기가 매 경기마다 월드컵을 연상시킨다. 팬들의 자기 팀에 대한 사랑이 정말 강하다.

-독일축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구=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 무작정 해외로 오게 된다면 희생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물론 독일 시스템에서 배운다면 독일 방식대로의 축구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독일만 온다고 해서 답은 아닌 것 같고, 계획성 없는 막연한 축구유학은 지양해야 할 것 같다. 현재 독일 리그에서 뛰고 있는 후배들도 많이 있다. 계속 지켜보고 있고, 후배들이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홍=어릴 때부터 학교를 다니면서 경기를 뛰고 있는 게 부럽다. 유스팀임에도 불구하고 프로에 데뷔도 할 수 있고, 특히 독일은 듀얼시스템(학교+운동)이 잘 돼 있어서 어린 선수들에게는 훨씬 유리한 것 같다. 나는 학교 다니면서 공부 잘 안했는데, 후배들은 축구도 하면서 공부도 같이 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다녔으면 좋겠다. 그 점이 학창시절에 가장 많이 후회스럽더라.

지=해외에 나온다고 마음을 먹었으면 기왕에 외국어까지 잘했으면 좋겠다. 나는 지금 영어나 독일어도 애매한 상황이라 하나라도 잘하고 싶다. 외국어를 잘 배워서 미래에 정말 잘 살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축구선수로서의 나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구=2010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을 땄을 때와 2012런던올림픽 동메달을 땄을 때다.

홍=광저우아시안게임이다. 그때 정말 팀과 코칭스태프 모두 단합돼 분위기가 좋았다. 물론 우승에 실패한 것 자체는 굉장히 마음 아팠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또 그만한 순간이 올까 싶다.

지=처음 프로에 데뷔했을 때가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였는데, 정말 그렇게 긴장해본 건 처음이다. 내 인생에 가장 긴장됐던 순간이었다.

-만약 축구가 아닌 다른 삶을 선택했다면?

구=워낙 어릴 적부터 축구를 해왔기 때문에 솔직히 다른 길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홍=우리학교 축구부가 생기기 전에 육상부 선수였다. 만약 축구 안했으면 그래도 운동과 관련된 일을 했을 것 같다. 공부하곤 진짜 담을 쌓았었다(웃음).

지=나도 (홍)정호 형처럼 운동과 관련된 일을 했을 것 같다. 나도 운동을 좋아했다.

-앞으로 어떤 축구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구=은퇴할 때까지 스스로 후회를 남기지 않는 선수가 되고 싶다.

홍=수비수라 화려하진 않지만 ‘수비에는 일가견 있던 선수였더라’고 기억되고 싶다.

지=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내가 가야 할 길을 개척하고 도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아우크스부르크(독일) | 윤영신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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