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엔 없고 투수에만 있는 ‘半자책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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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책뒤 구원등판한 투수에 적용… 추가 실점하면 자책점으로 처리

야구에서는 일반적으로 선수 기록을 모두 더하면 팀 기록이 된다. 선수들 홈런을 모두 합치면 팀 홈런이 되고, 삼진을 모두 모으면 팀 삼진이 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평균자책점은 다르다. 프로야구 9개 팀 중 넥센 LG NC 등 세 팀만 2013년 투수들 평균자책점을 모두 더해 평균을 내면 팀 평균자책점이 된다. 나머지 6개 팀은 선수들 평균자책점이 더 많다. 이런 일이 생기는 건 ‘반(半)자책점’ 때문이다. 반자책점은 팀에는 비자책점, 투수 개인에게는 자책점인 실점이다. 비자책점은 야수 실책이나 패스트볼(포일) 등으로 투수에게 책임이 없다고 인정하는 점수다. 그런데 어떻게 팀은 책임이 없는데 선수는 책임져야 하는 점수가 있는 걸까.

반자책점은 실책이 나온 이닝에서 투수를 바꿨을 때 나온다. 예를 들어 1번 타자 유격수 실책→투수 교체→2번 타자 2루수 뜬공(1아웃)→3번 타자 3루타→1번 타자 득점(비자책점)→4번 타자 희생 플라이(2아웃)→3번 타자 득점(반자책점)→5번 타자 유격수 직선타(3아웃)로 끝난 이닝이 있다고 치자.

유격수 실책이 없었다면 4번 타자 타석에서 이닝이 끝났을 것이다. 이럴 때 나온 점수는 보통 비자책점이다. 하지만 투수가 바뀌면 첫 상대 타자부터 이닝을 다시 구성한다. 위의 경우 무사에서 등판한 투수가 세 번째 아웃을 잡기 전에 3번 타자가 득점했기 때문에 3번 타자 득점이 자책점이 되는 것이다.

야구 규칙은 “구원 투수가 자책점이 되지 않는다고 무책임하게 투구하는 것을 막으려고 반자책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반자책점이 없다면 위와 같은 상황에서 등판한 투수는 100점을 내주더라도 자기 자책점은 한 점도 없을 것이다.

해외 야구에도 이런 개념은 있지만 ‘반자책점’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 우리나라뿐이다. 한국야구위윈회(KBO) 기록위원장을 지낸 박기철 ㈜스포츠투아이 전무는 “기록원들이 똑같은 개념을 적용해 기록할 수 있도록 1983년부터 반자책점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며 “프로야구 32년 동안 반자책점은 총 318점밖에 안 되지만 규정 악용을 막으려면 꼭 필요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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