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 사커에세이] 대표팀 복귀 거부 박지성 이제는 그를 놓아줄 때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6월 24일 07시 00분


축구기자들은 지난 주 바쁜 시간을 보냈다. 아니, 힘든 시간이었다. 월드컵, 홍명보, 박지성. 최고의 이슈 메이커가 한꺼번에 등장하면서 정신을 쏙 빼놓았다. 골득실차로 겨우 2위를 한 쑥스러운 성적이지만 그래도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차기 사령탑에는 홍명보 감독이 사실상 결정됐다. 열애설이 터진 박지성에 대해서는 대표팀에 복귀하라는 국민적인 열망이 분출했다. 위에 언급된 3가지 키워드는 궤를 같이한다. 본선 무대에서 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 가운데 박지성의 복귀로 전력을 극대화해야만 원정 8강도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다.

박지성 복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1년 1월 대표팀 은퇴 선언 이후 끊임없이 나온 화두다. 2년 반이 지났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팬들의 열망은 한결같다. 아니 지금이 더 강렬하다. 최종예선을 거치면서 그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됐기 때문이다. 이번 최종예선은 역대 가장 힘든 과정을 거쳤다. 경기력은 최악이었다. 선수들의 투지는 실종됐다. 팬들의 불쾌지수는 극에 달했다. 이대로 본선에 간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대두됐다. 선수단을 묶어줄 리더십이 필요했다. ‘한국축구의 아이콘’ 박지성에게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했다.

팬들이 보여준 애정을 생각하면 돌아설 만도 한데 그는 요지부동이다. 박지성은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유력한 차기 사령탑인) 홍명보 감독이 요구하더라도 대표팀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2년 반 전 대표팀 은퇴 회견에서 한 발언을 보면 그의 생각은 명확해진다.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면 그건 당시 대표팀 선수들의 노력에 따른 것이다. 본선에서도 그 선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래야 그 선수들이 더 성장할 수 있다.”

신중한 그의 성향으로 볼 때 이젠 누가 설득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난 듯하다. 누군가 나서 박지성을 억지로 복귀시키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하기 싫다는 최강희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겨 모양새를 우습게 만든 건 반면교사로 삼을만하다. 이 정도면 박지성을 편하게 내버려두는 편이 낫다.

박지성 복귀론이 계속된다면 홍 감독에게도 부담이다.

홍 감독은 U-20월드컵과 런던올림픽을 통해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가능성 있는 선수를 발굴하는 것은 물론 기존 자원을 활용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특히 그의 리더십은 국내 지도자 중 최고로 꼽힌다. 리더십 부재가 대표팀의 가장 큰 고민거리라면 홍 감독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다. 최소한 대표팀 내 불화설이나 국내파와 해외파가 갈린다는 소문은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홍 감독에게 박지성 복귀가 지상과제가 돼 버린다면 대표팀을 제대로 꾸리기 힘들다. 박지성을 복귀시키지 못했을 때 홍 감독이 모든 책임을 져야하는 이상한 꼴이 되고 만다. 다른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한다. 개인보다는 팀을 유독 강조하는 홍 감독 스타일상 불편할 수밖에 없다.

홍 감독의 과제는 박지성을 능가하는 브라질월드컵 스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홍 감독에게 자신의 구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기회를 줬으면 한다. 박지성 없으면 아무 것도 안 된다는 생각보다 박지성 보다 더 나은 스타를 발굴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게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더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스포츠 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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