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주장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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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2일 07시 00분


프로야구에서 주장은 감독, 코칭스태프는 물론 구단과 선수단간의 소통의 창이다. 선수들의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LG는 올시즌 완전 오픈 경선으로 이병규를 주장으로 선출했다. 스포츠동아 DB
프로야구에서 주장은 감독, 코칭스태프는 물론 구단과 선수단간의 소통의 창이다. 선수들의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LG는 올시즌 완전 오픈 경선으로 이병규를 주장으로 선출했다. 스포츠동아 DB
1.판공비 있다?
대부분 구단서 ‘품위유지비’ 지급


2.감독이 지명?
자율투표 대세…올시즌 세대교체

3.선수협 대표?
선수협 활동 팀 대표는 따로 있어


2012시즌 각 팀을 이끌 8개 구단 주장이 모두 확정됐다. 과거는 물론이고 불과 1·2년전까지만 해도 ‘제왕적 권위’를 휘두르던 일부 사령탑 체제에서의 주장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중간에 서는 ‘연락책’ 정도의 역할에 그쳤다. 그러나 소통을 중시하는 젊은 감독들이 대세를 이루는 요즘은 각 팀 주장이 팀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 주장의 권한과 역할

주장은 대외적으로 선수단을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 뿐만 아니라 대내적으로 팀내 구심점 역할을 한다. 대부분 구단은 주장에게 일정액(팀에 따라 금액은 다르다)의 ‘판공비’를 지급한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일종의 ‘품위 유지비’다. 지난해 모 팀 주장을 맡았다가 완장을 내려놓은 한 선수는 “밥 한 끼 먹으면 다 쓸 정도의 금액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며 “적은 돈이지만 그 돈을 받으며 더 큰 책임감을 느끼란 뜻 아니겠느냐”고 했다.

판공비 외에 각 팀 주장이 받는 ‘특별 대우’는 사실상 없다. 각 팀 주장은 선수단 상조회장도 겸임하는 게 관례지만, 팀을 대표해 프로야구선수협회 활동을 하는 선수는 따로 있다. 주장은 비단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간의 가교 역할 뿐만 아니라, 선수단내 갈등을 조정하고 팀 분위기를 이끌기도 한다.

● 선출 방법·권한도 진화한다

프로야구 초창기 시절, 대부분 감독은 자신의 입맛에 따라 주장을 지명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자율 투표’가 대세다. 지난해 말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LG 김기태 감독은 올 시무식에서 선수·코칭스태프는 물론이고 모든 프런트까지 각 1표씩을 행사하는 ‘완전 오픈 경선제’를 도입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프런트가 주장 선임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 뿐만 아니라 두산 롯데 등 많은 구단이 선수단 직접 투표로 주장을 선출하고 있다. LG 김 감독이 새 선출 방법을 도입(?)한 것은 새 주장에게 단순한 선수들 대표가 아니라, 구단 전체 구성원들의 지지와 신망을 받아 더 큰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기대감이 담겨있다.

이에 더 나아가 두산 신임 사령탑 김진욱 감독은 “주장에게 코치급 권한을 주겠다”고 했다. 두산은 선수들 직접 투표로 주장을 뽑았는데, 김 감독의 말은 주장으로 하여금 선수들을 자율적으로 이끌어 기존과는 다른 무형의 힘을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할 수 있다.

● 8개 구단 주장 명단


● 주장 대세는 1980년대생

올 8개 구단 주장을 보면 삼성 진갑용과 넥센 강병식, 두 구단을 뺀 6개 구단에서 물갈이가 이뤄졌다. 안정보다는 변화를 선택한 구단이 많다고 평가할 수 있다.

8개 구단 주장 면면을 볼 때(표 참조) SK 박정권, 롯데 김사율, KIA 차일목, 한화 한상훈 등 이른바 ‘1980년대생’ 주장이 네 명이나 된다는 게 무엇보다 눈에 띈다. 작년에 두산 손시헌(1980년생)을 제외한 타 구단 주장 전원이 70년대생이었음을 고려하면 전반적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KIA의 경우, 지난해 주장 역할을 한 선수만 세 명이었다. 시즌 개막 때 주장을 맡았던 최희섭이 심리적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물러났고, 대신 중책을 맡은 김상훈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최종적으로 임시 주장을 맡은 것은 서재응이었다. 새 주장 차일목은 기존 선배 주장들과 달리 선수단 분위기를 좀 더 유연하게 유지하면서 스스로 알아서 하는 팀워크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

롯데 김사율은 나머지 7개 구단이 야수 출신인 것과 달리 유일하게 투수다. 특히 선발 투수가 아니라 마무리로 뛰기 때문에 평소 게임 때 덕아웃이 아닌 불펜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 이를 의식한 듯, 김사율은 “전임 주장이었던 홍성흔 선배처럼 선수단의 파이팅을 이끌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 “뒤에서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고, 롯데 전통의 끈끈한 선후배 관계 등을 되살리는 후원자 같은 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 ‘큰 형님’ 택한 잠실 라이벌

주장에게 ‘코치급 대우’를 하겠다는 두산 김진욱 감독의 ‘파트너’로 선택(물론 선수들이 뽑았다)된 임재철과 ‘완전 오픈 경선’을 통해 당선된 LG 이병규, 둘은 앞서 밝힌 새로운 ‘젊은 피’ 주장들과 달리 각각 1974년(이병규), 1976년(임재철) 등 팀내에서 최고참급에 속하는 베테랑이다.

LG는 지난해까지 9년 연속 가을잔치에 나서지 못했고, 두산은 지난해 감독 교체 등 내홍을 겪으며 5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잠실 라이벌 두 팀이 공교롭게도 ‘큰 형님’을 새 주장으로 뽑았다는 것은 양 팀이 느끼는 위기의식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도 주장 혼자의 힘만으로 팀을 제대로 이끌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병규가 “어린 선수들의 목소리도 귀담아 들을 것”이라면서도 함께 주장 경선에 나섰다가 차점자가 된 이진영에 대해 “(이)진영이 같은 80년생 중고참들이 팀에서 큰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그래서다. 1980년대생 주장들이 대거 등장했듯, 각 팀 중심에 서른살이 갓 넘은 선수들이 중심축에 서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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