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로 본 2011 스포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고진감래 평창 - 세번째 도전 끝에 겨울올림픽 유치

○ 고진감래(苦盡甘來)=쓰라린 아픔 끝에 달콤한 기쁨이 찾아왔다.


7월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강원 평창이 3수 끝에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평창은 개최지를 결정하는 IOC 위원의 1차 투표에서 95표 중 63표를 얻어 경쟁 도시 뮌헨(독일·25표)과 안시(프랑스·7표)를 여유 있게 제쳤다. 이로써 한국은 1948년 스위스 생모리츠 겨울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뒤 70년 만에 눈과 얼음의 지구촌 대축제를 치르게 됐다. 한국은 여름올림픽(1988년 서울), 월드컵 축구(2002년 한일), 세계육상선수권(2011년 대구)에 이어 4대 스포츠 행사를 모두 유치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아시아에서 겨울올림픽을 개최한 것은 1972년 삿포로 대회와 1998년 나가노 대회에 이어 세 번째이며 국가로는 일본 다음으로 두 번째다. ‘새로운 지평’을 선언한 평창은 겨울올림픽 성공 개최를 향한 첫발을 힘차게 내딛고 있다. 평창에서 겨울올림픽이 열릴 2018년 2월(9∼25일)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설상가상 축구 - 승부조작 파문 이어 감독 전격교체 내홍


한국프로축구연맹 정몽규 총재(오른쪽에서 두 번째)를 비롯한 연맹 지도부가 5월 3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승부조작 파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동아일보DB
한국프로축구연맹 정몽규 총재(오른쪽에서 두 번째)를 비롯한 연맹 지도부가 5월 3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승부조작 파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동아일보DB
○ 설상가상(雪上加霜)=눈 위에 서리까지 내렸으니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었다.

혹독한 시련을 맞은 축구계가 그랬다. K리그에선 승부조작 파문이 곪아터져 팬들의 분노를 샀다. 국가대표 출신 스타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검찰에 기소된 전현직 프로축구 선수는 59명에 이르렀다.

이 사태가 가라앉을 만하니 축구 대표팀 감독 교체를 둘러싼 내홍이 불거졌다. 조광래 감독이 전격 경질되는 과정에서 대한축구협회 내부의 갈등과 밀실행정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우여곡절 끝에 ‘독이 든 성배’로 불리는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최강희 전북 감독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 보인다.

함포고복 야구 - 600만 관중시대 활짝 해외파 줄줄이 복귀


프로야구가 출범 30년째를 맞아 600만 관중시대를 열었다.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이다. 사진은 야구팬들로 가득찬 잠실야구장. 동아일보DB
프로야구가 출범 30년째를 맞아 600만 관중시대를 열었다.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이다. 사진은 야구팬들로 가득찬 잠실야구장. 동아일보DB
○ 함포고복(含哺鼓腹)=잘 먹고 배를 두드렸으니 얼마나 흐뭇했을까.

최고 흥행을 보인 국내 프로야구 얘기다. 출범 30년째를 맞아 국내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6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정규시즌 관중은 680만9965명에 이르렀다. 뛰어난 경기력, 치열한 순위 싸움, 적극적인 마케팅이 빚어낸 합작품이었다. 초보 사령탑 류중일 감독이 청출어람의 리더십을 펼친 삼성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휩쓴 뒤 파죽지세로 국내 팀 최초 아시아 시리즈에서도 정상에 섰다. 내년에도 프로야구는 태평성대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파 이승엽(삼성), 박찬호 김태균(이상 한화)이 줄줄이 국내에 복귀해 흥행몰이에 나설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991년 쌍방울 이후 20년 만에 신생구단으로 등장한 NC 다이노스는 2012년 2군 무대에서 뛴 뒤 2013년 1군 리그에 데뷔한다.

감천선갈 영웅 - 장효조 최동원 박영석 너무 일찍 떠난 별들


장효조 삼성 2군 감독(왼쪽)과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가운데)이 지병으로 세상을 등졌다. 박영석 대장은 10월 안나푸르나 남벽에서 실종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동아일보DB
장효조 삼성 2군 감독(왼쪽)과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가운데)이 지병으로 세상을 등졌다. 박영석 대장은 10월 안나푸르나 남벽에서 실종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동아일보DB
○ 감천선갈(甘泉先竭)=달콤한 우물일수록 빨리 마른다고 했던가.

아직 한창 활동할 나이의 별들이 차례로 빛을 잃었다. 프로야구에서 ‘타격의 달인’ 장효조와 ‘무쇠팔’ 최동원이 1주일 사이로 세상을 떠났다. 4차례 타격왕과 8차례 3할 타자에 빛나던 장효조는 위암 투병을 하다 9월 7일 55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경남고와 연세대 시절부터 최고 에이스로 이름을 날리던 최동원은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홀로 4승을 거두는 위업을 남겼다. 향년 53세였다. 박영석 대장(48)은 10월 18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남벽에서 코리안루트를 개척하다 눈사태로 추정되는 불의의 사고로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박 대장은 히말라야 8000m급 14개 봉우리를 세계 최단기간에 완등했고 남극점, 북극점 등을 정복한 세계 최고의 모험가였다. 비록 먼 곳으로 떠났어도 감동을 전하던 이들의 모습은 팬들의 가슴 깊이 남아 있다.

화룡점정 골프 - 힘겨웠던 LPGA 100승 최나연 화려한 마침표


○ 화룡점정(畵龍點睛)=
용을 그리다 마지막으로 눈을 찍었다.

코리아 군단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통산 100승의 이정표를 세웠다. 마침표의 주인공은 최나연(SK텔레콤)이었다. 최나연은 10월 말레이시아 사임다비 대회에서 세계 1위 청야니(대만)를 꺾고 100번째 트로피를 안았다. 1988년 구옥희가 첫 승을 신고한 뒤 23년 만의 경사였다. 이 중 박세리가 25승을 채웠다. 지난해까지 98승을 거둔 한국(계) 선수들은 7월 유소연(한화)이 US여자오픈에서 99승을 이룬 뒤 지독한 아홉수에 시달리다 100승 고지를 밟았다. 박희영이 시즌 마지막 대회인 타이틀홀더스에서 우승해 101번째 승리를 올린 한국 여자골프는 용의 해인 2012년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