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제 모델 확정 연기…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12월 21일 07시 00분


이사회 결정 왜 미뤄졌나?

도·시민구단들 “강등팀 2팀 축소” 반발
이사회, 1부리그 12개팀 결정 1월로 유보
연맹 “분배금·프로 가입금 등 조율해야”

2013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K리그 승강제 모델 결정이 연기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일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정기 이사회를 열고 1부 리그 12개, 2부 리그 8개 구단을 기본 구조로 승강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도시민구단들의 집단 반발로 결정을 미뤘다.

연맹은 2012년 리그 최하위 3개 팀과 상무 등 총 4개 팀, 내셔널리그 3팀, 경찰청 등 총 8팀으로 2부 리그로 만들어 승강제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인천, 경남, 광주, 대전, 강원, 대구 등 6개 도시민구단 사(단)장들은 이사회에 앞서 안기헌 연맹 사무총장과 면담을 갖고 강등 팀 숫자에 대해 다시 논의하자는 뜻을 전달했다. 연맹이 이를 받아들여 승강제 모델을 확정하지 않았다. 연맹은 내년 1월 이사회에서 승강제 모델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 도시민구단이 반발한 이유는

일단 승강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하지만 2부 리그로 강등될 팀들에 대한 지원책과 강등 팀 숫자에 의견이 엇갈렸다. 도시민구단들은 연맹의 계획안이었던 4팀 강등이 아닌, 상무를 포함한 총 2개 팀을 강등시켜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대구 김재하 사장과 경남 전형두 사장이 이사회에 참석한 사이 강원 남종현 사장과 인천 최승열 단장, 대전 김광희 사장, 광주 박병모 단장 등은 기자회견을 갖고 “K리그 활성화를 위해 승강제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12개 팀을 1부 리그에 남긴다는 연맹의 방안에는 찬성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 김 사장은 “2부 리그 시스템이 전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 모델 구축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무작정 2부로 4팀이 내려가야 한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인천 최 단장도 “2부로 떨어지면 시민구단은 엄청난 혼란에 빠진다. 강등이 팀 해체라는 비극을 낳을 수 있다. 연고지 명맥만 이어갈 뿐, K3리그 팀과 차이가 없을 수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연맹은 이사회를 마친 뒤 “전체 목소리를 담는 차원에서 (승강제 모델) 결정을 유보했다”고 설명했다.

● 기존 안에 변화는 없을 듯

그렇다고 1, 2부 리그 ‘12+8’ 모델이 크게 변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1부 팀 숫자를 줄이자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4장을 유지하기 위해선 최소 12개 팀이 1부에 남아야 한다.

안 총장은 “건강한 2부 리그 구축을 위해 일부 팀들의 희생도 필요하다. 현재로선 12개가 적정 선”이라고 말했다.

도시민구단은 강등될 경우 운영 지원금과 연맹 수익금 배당금 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2부 리그로 떨어지면 구단 운영 자체가 힘들어 연맹 혹은 협회 차원의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 총장은 “2부 리그 강등 팀 숫자가 민감하게 대두됐지만 각 팀의 권리, 일종의 분배금 문제 등을 풀어야 한다. 의견을 더 조율해 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 프로 자격도 난항

과제는 또 있다. 현행 연맹 규정에 따르면 새로 창단하는 프로 팀은 가입금 10억 원과 발전기금 30억 원을 지불해야 한다. 기업 구단들은 승강제 전제 조건으로 가입금을 미납한 5개 도시민구단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승강제 실시 이후 2부 리그에 참여할 내셔널리그 팀들의 가입문제도 남아있다. 내셔널리그를 주관하는 실업축구연맹은 발전기금 및 가입금 면제와 함께 승격 지원금 30억 원(3년 간)을 받지 못하면 2부 리그 참가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업축구연맹 관계자는 “프로 승격에 관심을 가진 팀들은 있다. 구단 법인화는 문제없다. 가입금이 걸림돌이다”라고 했다.

안 총장은 “2부에서 1부로 승격할 때 가입금을 받는 리그는 없었다. 기존에 가입금을 낸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진입 장벽을 낮춰야 승강제가 무난히 시행될 것 같다. 좀 더 협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즉답을 피했다.

한편 연맹은 이사회는 내년 K리그 일정을 확정(3월3일 개막, 12월9일 폐막)했고, 강등 팀을 가리기 위한 상위 8개-하위 8개로 나눈 ‘스플릿 시스템’은 내년 9월 14일 시작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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