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골프 파트너는? 꼴불견 동반자 백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7일 16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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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맞나 싶을 정도로 포근했던 며칠 전. 경기 광주시의 한 골프장으로 향하는 회사원 A 씨(42)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하지만 즐거워야 될 4~5시간의 라운드가 악몽이 될 줄이야. 동반자 한 명이 지각을 해 3번 홀부터 합류한 것은 몸 풀기에 불과했다 OB 말뚝 너머에 놓인 공을 그냥 치더니 숲 깊숙이 공을 보내고도 주머니 속에 있던 다른 공을 떨어뜨린 뒤 "여기 있다"며 태연하게 다음 샷을 하기 일쑤였다. 러프나 디봇에 떨어진 공을 툭툭 발로 차 옮기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린에서는 '자체 OK'를 남발하며 공을 집어 올렸다. 막가파 라운드에 속을 끓인 A 씨의 스코어는 눈덩이처럼 불었고 언쟁까지 벌어졌다. 운동을 마친 뒤 대충 샤워를 한 그는 있지도 않은 급한 용무를 핑계 삼아 서둘러 클럽하우스를 빠져나왔다.

매너와 에티켓의 스포츠라는 골프에서는 동반자가 중요하다. 이는 동서양이 따로 없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 인터넷판은 7일 '열 받게 만드는 파트너의 유형'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라운드 내내 스윙이라도 뜯어고치려고 달려드는 동반자는 결코 환영받지 못할 대상이다. 구력과 핸디캡에 따라 나름대로 플레이에 전념하고 있는데 "백스윙 크기를 줄여야겠어" "스탠스가 너무 좁아" "퍼팅할 때 손목을 너무 쓰네" 등 지나친 조언을 하다보면 오히려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초보자의 스윙을 더욱 망가지게 할 수 있다. 노련한 남녀 프로골퍼들과 라운드를 해보면 라운드가 끝날 무렵이나 식사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한두 가지 팁을 전해 주는 게 보통이다.

불도저나 허풍쟁이, 사기꾼에 비유될 만한 주말골퍼도 동반자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도저히 칠 수 없는 상황인 깊은 러프나 나무 뒤에 들어갔어도 마치 내 사전에 언플레이어블은 없다는 듯 무모에 가까운 샷을 하는 경우도 있다. 시간만 허비하고 결과는 나쁠 게 불 보듯 뻔하다. 공을 찾는 데 목숨을 걸기도 한다. 규칙에도 5분이 주어질 뿐이다. 투온이 힘든데도 어지간한 파5홀에서 무조건 앞 팀이 그린을 떠날 때까지 서 있는 경우도 있다. 대개 투온이 아니라 포온이 되기도 하는 데 그럴 땐 이런 말이 나온다. "앞 팀이 진행이 나빠 너무 오래 기다려서 그래."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휴대전화 벨소리와 진동음은 훼방꾼이다. 휴대전화를 턱에 낀 채 어프로치 샷이나 퍼팅을 하기도 하는데 동반자들이 제대로 플레이에 집중할 수 없다. 미국 골프장에는 대개 국내와 같은 그늘집이 없다. 대신 카트가 돌아다니며 음료수, 간식 등을 파는데 금발의 미녀들이 판매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추파를 던지며 '작업'에만 열중하는 골퍼가 달갑게 보일 리 없다. 국내에서는 캐디들에게 짓궂은 농담을 하거나 필요 이상의 신체접촉으로 물의를 빚다 진상 취급을 받기도 한다.

골프가 잘 되면 마음이 즐겁고 안 되더라도 공을 찾으러 돌아다녀야 하고 스윙도 많이 하다 보면 몸에 좋다는 말이 있다. 죽기 살기로 플레이에 매달릴 필요는 없는데도 미스 샷 하나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면서 감정을 폭발시키면 동반자를 불편하게 한다. 알까기 같은 속임수나 시도 때도 없이 멀리건을 요청하고 지각하거나 중간에 돌아가는 일 등도 매너와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인성까지 도마에 오르게 한다.

요즘 들어 주위에서 라운드하자는 연락이 부쩍 줄었다면 혹시 자신이 이런 꼴불견 동반자는 아니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필드에 가면 자신에게는 가혹하게, 남에게는 관대하라는 말이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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