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제자, 한국 테니스 희망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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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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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선 코치 - 高1 전남연 ‘의기투합’

최근 침체에 빠진 한국 테니스의 희망이 되겠다는 스승과 제자는 의욕이 넘쳤다.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에서 남자테니스 4관왕에 
오른 유진선 코치(왼쪽)와 국내 주니어 최강자로 떠오른 전남연. 이들은 세계 정상을 향해 힘을 합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최근 침체에 빠진 한국 테니스의 희망이 되겠다는 스승과 제자는 의욕이 넘쳤다.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에서 남자테니스 4관왕에 오른 유진선 코치(왼쪽)와 국내 주니어 최강자로 떠오른 전남연. 이들은 세계 정상을 향해 힘을 합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스승은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 4개를 휩쓸었다. 제자는 올해 국내 주니어 무대에서 단체전 우승을 석권했다. 싹쓸이로 유명한 이들이 침체된 한국 테니스를 살리기 위해 사제로 손을 맞잡았다.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 남자 테니스 전관왕의 위업을 이룬 뒤 지도자로 변신한 유진선 코치(49)와 테니스 유망주 전남연(16·서울 중앙여고 1)이다.

서울올림픽코트는 유 코치가 아시아경기에서 단체전 단식 복식 혼합복식에서 정상에 섰던 잊지 못할 장소다. 유 코치는 29일 이곳에서 “아직도 당시 기억이 생생하다. 가슴이 뛴다. 남연이도 먼 훗날 승리의 환희를 느끼기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6개 대회에서 중앙여고의 전관왕을 주도한 전남연은 “선생님이 그렇게 대단한 분인 줄 몰랐다. 예전 모습을 인터넷 동영상으로 보고 깜짝 놀랐다”며 고개를 조아렸다.

유 코치가 국내 꿈나무를 본격적으로 지도한 것은 1991년 은퇴 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방송활동과 개인사업 등으로 야인생활을 하던 그는 2002년부터 3년 동안 중국 톈진에서 코치생활을 했다. 귀국 후 방송 해설을 하고 대학 강단에 섰다. 아웃사이더로 불린 그는 “국내 지도자들의 풍토가 잘못됐다. 너무 노력을 안 하고 안주하려는 경향이 짙다. 나 역시 그렇게 휩쓸리고 싶지 않았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런 그에게 전남연이라는 존재가 우연히 전해졌다. “지난여름 우연히 플레이를 지켜봤는데 꼭 키워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풋사과가 아니라 이미 많이 익었더라고요. 스윙이 부드러우면서도 파워가 넘쳤죠. 공을 다룰 줄 알고 실력이 또래들보다 몇 수 위였죠.”

올해 신한금융그룹과 3년 동안 후원계약을 한 전남연은 고교 신입생이지만 단체전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다. 단식에서도 우승 3회, 준우승 1회의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173cm, 57kg의 뛰어난 체격조건을 지닌 전남연은 지난해 8월 1544위였던 세계 주니어 랭킹을 194위까지 끌어올렸다. 내년부터 해외 대회에도 자주 출전할 계획이다. 다만 경비 문제가 걸림돌이라 주위의 지원이 절실하다.

전남연은 “집중적으로 배운 덕분에 약점이던 서브의 파워를 높였고 포어핸드 스트로크가 더욱 예리해졌다”며 고마워했다. 유 코치는 중국대표팀 코치 시절 현재 성인 세계 랭킹 17위로 발돋움한 펑슈웨이를 가르친 적이 있어 자신감이 넘친다. 지난 2주 동안 회복 훈련으로 컨디션을 조절한 전남연은 12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내년 시즌에 대비한 트레이닝에 들어간다. 장신이라 풋워크가 느린 단점을 보완하고 한 단계 올라서기 위한 체력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유 코치는 “내년에 주니어 랭킹 50위 이내 진입을 노리겠다. 5년 안에 성인 세계 랭킹 100위 안에 드는 선수로 길러내는 게 1차 목표”라고 각오를 밝혔다. 전남연은 “한국인 최초, 아시아 최초라는 기록의 주인공이 되겠다. 그런 상상을 하면 힘이 난다”며 웃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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