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마케팅]“비인기 종목이라고요? 후원자 있어 든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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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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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양궁, SK-핸드볼 펜싱 등 대기업 스포츠 후원 줄이어

현대자동차그룹의 헌신적 후원에 힘입어 한국 양궁은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켜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헌신적 후원에 힘입어 한국 양궁은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켜가고 있다.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인 구자열 LS전선 회장은 사이클 발전을 위한 후원에 나설 뿐 아니라 본인이 사이클을 즐기는 마니아로 널리 알려져 있다.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인 구자열 LS전선 회장은 사이클 발전을 위한 후원에 나설 뿐 아니라 본인이 사이클을 즐기는 마니아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단순한 자선 활동을 넘어 한 기업의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경영의 한 분야가 됐다. 스포츠 역시 중요한 사회공헌 대상이다. 생활체육이 활성화되지 않은 한국에서 기업은 엘리트 스포츠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과거 인기 종목에 쏠렸던 기업들의 관심은 이제 비인기 종목에 대한 후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외부 도움 없이는 자생력을 갖출 수 없다는 점에서 이런 종목에 대한 지원은 국가 스포츠 경쟁력의 원동력이다.

한국이 양궁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현대자동차그룹의 후원이 있어 가능했다. 이 그룹 정몽구 회장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여자 양궁을 지켜보다 세계 1위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리고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해 본격적인 지원을 시작했다. 1997년까지 4차례나 회장을 지낸 정 회장은 지금도 명예회장 직함을 갖고 있다. 2005년부터는 그의 아들 정의선 그룹 부회장이 대를 이어 협회장을 맡고 있다.

수백억 원을 지원하기도 했지만 정 회장의 양궁 사랑은 유명했다. 주요 대회 때마다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고 간식과 식사까지 챙겨줬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국내 선발전을 통과하기가 어렵다는 한국 양궁은 대기업의 든든한 지원 덕에 각종 국제 대회에서 국위 선양에 앞장섰다. 양궁협회는 시끄러운 야구장과 경륜장에서 훈련하기, 최전방 철책선 근무, 다양한 극기 훈련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경기력을 끌어올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한국은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 대회까지 올림픽에서 금 16, 은 9, 동메달 5개 등 30개의 메달을 땄다.

한국의 전략적 종목이지만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해 ‘한데볼’로 불리던 핸드볼은 2008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한핸드볼협회장을 맡은 뒤부터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최 회장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남자 핸드볼 결승전을 직접 찾았고 금메달의 기쁨을 함께해 선수들의 사기를 높였다. 핸드볼인의 숙원이었던 전용경기장을 마련하는 일에도 앞장섰다. 서울 올림픽공원 안에 짓고 있는 최고 시설의 경기장이 10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주요 국제 대회에서 꾸준하게 메달을 얻고 있는 펜싱도 SK가 후원하고 있다. 2003년부터 국가대표와 국내에서 개최한 각종 국제대회를 지원했다. 현재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이 대한펜싱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수많은 동호인들이 있지만 올림픽에서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한 사이클은 LS전선이 뒤를 밀어주고 있다. 구자열 회장은 2009년 4년 임기의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을 맡은 뒤 2012년 런던 올림픽 메달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구 회장은 능력 있는 기업인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사이클 마니아다. 2002년 알프스 산맥을 오르내리는 트랜스 알프스 대회에 도전해 8일 동안 650km를 달리기도 했다. 구 회장은 지난해 4월 런던 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한 후원회도 만들었다. 대표팀 육성, 전지훈련 비용 등 필요한 예산 55억 원 가운데 10억 원을 후원회에서 책임지기로 했고 나머지 비용의 상당 부분은 사재를 털기로 했다. 한국 사이클은 이혜진(연천군청)이 지난해 이탈리아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시니어와 주니어를 통틀어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딴 데 이어 올해 박상훈(한국체대)이 모스크바 주니어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며 올림픽 메달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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