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기고]높이 나는 힘은 도움닫기 속도에서 나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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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더 재미있는 장대높이뛰기의 과학
남녀 인간새들의 달구벌 경쟁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장대높이뛰기는 중세 유럽의 양치기들이 방목장 울타리나 장애물을 지팡이로 뛰어넘은 데서 유래됐다. 다른 종목과 달리 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선수의 힘뿐만 아니라 장대의 특성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장대의 재질 변화와 함께 기록도 향상됐다.

지금까지 사용된 장대는 목재와 대나무, 금속재, 유리섬유 순으로 바뀌었다. 1956년 공개된 유리섬유 장대의 개발(1961년 국제육상경기연맹이 공식 허용)에 힘입어 기록은 6.14m까지 올랐다. 현재 경기에 사용되는 장대는 어떤 재질 또는 복합 재질을 사용해도 된다. 장대의 길이나 굵기에 제한을 두지도 않는다.

장대높이뛰기는 멀리뛰기나 세단뛰기처럼 점프 대신 체조의 도마경기처럼 공중으로 뛰어 오른다. 도움닫기로 뛰어오르기 위한 추진력을 장대에 저장한 뒤 이를 수직운동으로 바꾼다. 즉 도움닫기에 의한 운동 에너지가 장대 구부림으로 탄성 에너지로 바뀌고 위치 에너지로 변환되는 전형적인 에너지 변환 운동이다. 추진력을 잘 보존하고 전달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특히 도움닫기의 속도가 좋아야 한다. 6월 최윤희(SH공사)가 4.40m의 한국기록을 세운 과정을 살펴보면 도움닫기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도움닫기 거리는 30∼40m. 올해 초부터 최윤희의 도움닫기 가운데 마지막 5m 구간의 평균 속도를 30회가량 측정했다.

장대높이뛰기 선수가 도움닫기 구간에서 사용하는 스텝 수는 좌우 다리의 움직임에 균형을 잡기 위해 짝수가 돼야 한다. 남자 선수는 18보 또는 20보, 여자선수는 16보 또는 18보다. 최윤희는 겨울훈련을 실시한 1, 2월에는 스텝 수가 6보였지만 3월 말부터 16보로 늘렸다. 스텝을 6보로 할 때 마지막 5m 구간의 평균 속도는 최대 초속 5.81m였다. 8보에서는 6.99m, 10보에서는 7.04m, 12보에서는 7.42m, 14보에서는 7.66m까지 향상됐다. 3월 말에 16보를 뛰면서 초속 7.72m로 빨라졌고 4월부터는 7.80∼7.90m의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최윤희는 4월 전국육상종별선수권대회에서 본인 기록(4.25m)에 못 미치는 4m에 머물렀을 때 최종 5m 구간의 평균 속도는 초속 7.72m였다. 5월 대구 국제육상대회에서 4.20m를 기록했을 때는 초속 7.81m로 좋아졌다.

최윤희는 6월 전국육상선수권에서 4.36m를 뛰어넘어 임은지의 한국기록(4.35m)을 깬 뒤 연이어 4.40m의 한국기록을 세웠다. 이때 최종 5m 구간의 평균 속도는 초속 7.86m였다. 7월에는 최고 8.10m까지 향상됐다. 그는 비록 28일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4.40m의 한국 타이 기록을 세웠다. 도움닫기를 보강한 덕분이었다.

최규정 체육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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