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대호야, 이제는 큰물에서 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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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6일 1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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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풀타임 3년을 마치면 연봉 조정 신청 자격을 얻는다.

이때 성과가 좋았던 선수들은 '성적=돈'이라는 프로스포츠의 공식대로 거액의 연봉을 받으며 하루아침에 백만장자가 된다.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팀의 간판스타로 자리 잡은 추신수. 그는 연봉 조정 신청 자격 첫해인 올해 연봉으로 397만5000달러(약 44억 원)를 받게 됐다.

지난해까지 46만1100달러의 연봉을 받았던 추신수는 무려 862%나 상승된 거액을 손에 거머쥐게 됐다.

역대 한국인 메이저리거를 통틀어 추신수는 연봉 조정 신청 자격 첫해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LA 다저스에서 뛰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연봉 조정 신청 자격 첫해인 1999년 329%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230만 달러를 받았고, 애리조나 소속이었던 김병현은 2003년 426% 향상된 325만 달러를 연봉으로 책정 받았다.
메이저리그에서 17년 동안 연봉으로만 약 966억원을 번 박찬호.
메이저리그에서 17년 동안 연봉으로만 약 966억원을 번 박찬호.

이처럼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에서 활약하는 프로 스포츠 스타들은 '1인 기업'이라고 할 정도로 천문학적인 거금을 버는 경우가 많다.

메이저리그에서 17년 동안 활약한 박찬호는 연봉으로만 약 8650만 달러(약 966억 원)를 받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의 추정 연봉은 360만 파운드(약 65억 원).
연봉으로만 약 65억원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박지성.
연봉으로만 약 65억원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박지성.

국내 프로 스포츠에서도 일반인 기준으로 보면 거액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많지만, 해외파 스타들과 비교하면 많아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프로야구 시즌 타격 7관왕이자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대기록을 남긴 이대호(롯데)가 연봉 조정 끝에 지난 시즌 연봉에 비해 162%가 향상된 6억3000만 원의 연봉을 받게 됐다.

어떤 기준에 의해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대호의 활약상에 비해 이번 연봉이 충분한 것은 아니라는 게 야구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는 "선수와 구단의 자존심 다툼으로 비화한 이대호와 소속 구단의 연봉 조정에서는 조정위원의 구성이나 논의 기준 등에서 선수의 의견이 철저히 무시됐다"고 주장하며 서울 중앙지법에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할 계획이다.

사실 은퇴를 하고도 여유 있는 삶을 사는 '왕년의 선수'들을 보면 미국이나 유럽, 혹은 일본이나 중동 등 해외에서 몇 년이라도 활동한 경우가 많다.

큰 시장 규모와 재정적 능력을 가진 해외 스포츠 무대에서는 국내 보다 몇 배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데다, 환율 차이로 인해 이 수입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2001년 롯데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대호는 2004년부터 풀타임으로 출전하며 활약해왔고, 구단의 허락 하에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조건(7년 차)을 이미 갖췄다.
지난시즌 프로야구 타격 7관왕에 등극한 이대호.
지난시즌 프로야구 타격 7관왕에 등극한 이대호.

이대호는 '황금어장-무릎팍도사'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여건만 된다면 계속 롯데에 있고 싶다. 내 소속 롯데를 꼭 우승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소속팀에 대해 무한 애정을 드러냈던 이대호, 하지만 연봉 조정 절차를 겪고 난 그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패배자'라고 부르며 불쾌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고, "이제 아무도 연봉 조정 신청을 내지 않을 것이다. 구단이 주는 대로만 연봉을 받아야 할 것 같다. 할 말이 없다"며 실망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어쨌든 지금은 마음을 다 잡고 팀의 사이판 전지 훈련에 참가해 훈련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이대호. 그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이제는 '큰물'에서 놀 준비를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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