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투포환? 편견 던진 ‘긍정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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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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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투포환 선수. 4kg의 쇠공을 멀리 던지려 애쓰는 여자 헤라클레스. 아무리 다른 생각을 하려고 해도 ‘하필이면 그 많은 운동 중에 여자가 그런 운동을 하나’ 하는 생각만 떠오른다. 실제로 투포환을 하는 여자 선수는 아주 적다. 국내 대회가 열릴 때면 10명 남짓한 선수들이 경쟁을 벌인다. 몇 년이 지나도 그 얼굴이 얼굴이다.》

■ 女포환던지기 국내 1인자 ‘광저우 동메달’ 이미영

○ 하필 그런 운동을…평생 들어야 하는 그 말

여자가 왜 하필 그런 운동을 하나? 편견은 많다. 하지만 국내 여자 포환던지기의 1인자 이미영(태백시청)은 “정직하고 재미있는 운동이다”라며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다.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이미영은 십자수를 좋아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면 결혼하고 싶어하는 ‘여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여자가 왜 하필 그런 운동을 하나? 편견은 많다. 하지만 국내 여자 포환던지기의 1인자 이미영(태백시청)은 “정직하고 재미있는 운동이다”라며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다.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이미영은 십자수를 좋아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면 결혼하고 싶어하는 ‘여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미영(31·태백시청)은 국내 여자 포환던지기의 1인자다. 그는 2002년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당시에는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은메달리스트 이명선에게 밀려 2인자였지만 2004년부터는 출전하는 대회마다 1등을 도맡아 했다.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는 17.51m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미영은 1992년 강원 정선 화동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투포환을 권유받았다. 168cm의 키에 몸무게 70kg인 소녀는 당연히 눈에 띄었다. 하지만 하고 싶지 않았다. 한창 놀고 싶은 나이에 힘든 운동이라니. 게다가 여자 투포환 선수. 부모님도 반대했다. 둘째 오빠가 중학교 때 투포환을 했지만 힘든 나머지 관둔 후라 부모님은 더욱 말렸다.

거듭된 권유에 시작한 투포환은 그저 그랬다. ‘무슨 그런 운동을 하느냐’는 말을 끊임없이 들었다. 견디다 못해 2학년이 돼서 그만뒀다. 하지만 6개월 후 왠지 모르게 다시 하고 싶었다. 본격적인 고난은 고교 입학 후 찾아왔다. 고등학생이 되자 힘든 웨이트 트레이닝이 연일 이어졌다. 고교 2학년 때는 국가대표 상비군에 선발돼 미국으로 한 달간 전지훈련을 떠났다. 음식이 안 맞아서 햄버거 등으로 끼니를 때웠다. 그러다 보니 몸무게가 오히려 10kg이 늘었다. 어느덧 투포환에 적합한 몸이 됐다.

○ 소주 세 병과 십자수 그리고 결혼


국내에서 이미영과 다른 선수들의 격차는 크다. 그는 2003년 오른쪽 아킬레스건 파열에 이어 2007년 왼쪽마저 끊어지자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했다. 이후 부상은 끊임없이 그를 괴롭혔다. 하지만 ‘너마저 관두면 어떡하느냐’는 주위의 만류에 떠나지 못했다. 내심 4년 전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2cm 차로 동메달을 놓친 한도 풀고 싶었다. 이미영은 “이제 메달 한도 풀었으니 대표팀에서는 은퇴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소속팀에서 3, 4년 선수로 활약한 후 지도자의 길을 걸을 계획이다.

오늘의 이미영을 있게 한 데는 긍정의 힘이 큰 몫을 했다. 활발한 성격이어서 주위에는 늘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과 어울릴 때면 술잔도 곧잘 기울인다. 주량은 소주 세 병. 그가 생각하는 주량은 취하는 양이 아니라 늘 먹는 양이다. 취미는 십자수. 그는 “저랑 안 어울린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하지만 십자수 하는 남자도 있잖아요. 저는 여자인데요, 뭐”라며 웃었다.

그는 여자 투포환 선수에 대한 편견을 잘 알고 있다. 그는 투포환 시작을 망설이는 여학생에게 “정직하고 재밌는 운동이다. 노력한 만큼 성적도 나오고 돈도 꽤 벌 수 있다”고 했다. 그가 귀띔한 연봉은 대졸 신입사원 평균 초임의 2배를 훌쩍 넘었다.

그는 아직 미혼이다. 20대 때도 남자친구를 사귀어 본 적은 없다. 좋은 사람 만나면 당연히 결혼하고 싶다.

“그냥 참하고 재밌는 사람이면 좋아요. 술은 저만큼 못 먹어도 돼요. 호호.”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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