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아경기]한국 태권도 예견된 추락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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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공인 전자호구 무시하고 국내대회 땐 비공인 제품 고집

광저우 아시아경기 태권도 종목이 끝났다. 한국이 거둔 수확은 금메달 4개(은 4, 동 2개). 대회 전 목표였던 8개의 딱 절반이다. 예상보다 성적이 저조한 배경과 관련해 현장에선 논란이 분분하다. 그리고 그 중심엔 아시아경기에서 처음으로 사용된 전자호구가 있다.

전자호구는 태권도 판정 시비가 불거지면서 대안으로 도입됐다. 현재 세계태권도연맹(WTF)이 공인하는 전자호구는 2006년 공인된 한국 라저스트(LaJUST)사의 호구와 올해 공인된 스페인 대도(Daedo)사의 호구 두 가지. 미국과 남미에선 라저스트, 유럽과 아프리카에선 대도 호구가 많이 사용되는 가운데 아시아선수권, 월드컵 대회 등 굵직한 대회도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쓰는 추세다.

문제는 대한태권도협회가 주관하는 국내 대회에선 KP&P사의 호구를 쓴다는 것. 이번 아시아경기 대표 선발전에서도 KP&P 호구가 사용됐다. 아시아경기에서 한국을 위협한 이란(금 3, 은 2, 동 4개) 중국(금 4, 은 2, 동 4개) 등은 이미 3, 4년 전부터 라저스트 호구를 사용했는데 한국만 KP&P 호구를 고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태권도협회 관계자는 “처음엔 우리도 라저스트 호구를 썼다. 하지만 불완전한 공격에 점수가 올라가는 등 문제가 많아 대안으로 KP&P 호구를 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저스트 호구는 발바닥에 부착된 센서가 상대 호구에 접촉하면 자동으로 점수가 올라간다. 반면 KP&P 호구는 일정 강도 이상 공격이 호구에 전달된 상황에서 부심들이 득점을 인정해야 점수가 인정되는 반자동 방식. WTF 관계자는 “라저스트는 정확성, KP&P는 강도가 생명이다. 어떤 호구를 쓰느냐에 따라 적합한 선수, 훈련 방식 등이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러다 보니 KP&P 호구가 공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만 엇박자를 내는 이유가 WTF와 대한태권도협회의 해묵은 자존심 싸움 때문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일부에선 대한태권도협회와 KP&P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상황이야 어떻든 당면 과제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이다. 태권도 관계자들은 “런던 올림픽에서 참사를 막으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전자호구 관련 교통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광저우=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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