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나도야 간다]양궁 막내 김우진-기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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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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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이 한양미래요” 김우진, “女대표 보배되고 싶어” 기보배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양궁 국가대표로 선발된 막내 기보배(왼쪽)와 김우진이 9일 태릉선수촌에서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양궁 국가대표로 선발된 막내 기보배(왼쪽)와 김우진이 9일 태릉선수촌에서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양궁은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못 따면 죄인이 되는 종목이다. ‘세계 최강’이란 수식어는 뿌듯한 훈장인 동시에 엄청난 중압감이기도 하다.

그래도 한국 양궁이 20년 넘게 최강의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끝없는 내부 경쟁으로 항상 신선한 피가 수혈됐기 때문이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태극마크 달기가 더 어렵다’는 양궁 대표팀에는 항상 새 얼굴이 등장한다. 이번 광저우 아시아경기에 참가하는 양궁 대표팀에는 남녀 통틀어 막내인 김우진(18·충북체고)과 기보배(22·광주시청)가 새로운 활력소로 나선다.

○ 한양미와 보배

대표팀의 마지막 준비가 한창인 9일 태릉선수촌 양궁장. 차가운 날씨 속에서 활시위를 놓는 소리와 화살이 과녁에 명중하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훈련 도중 종종 ‘한양미’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한국 양궁의 미래’라는 뜻으로 선배들이 김우진에게 지어준 별명이다. 김우진은 8월 미국 오그던에서 열린 제3차 월드컵에서 쟁쟁한 선배들을 모두 제치고 남자 개인부 1위를 차지했다. 김성훈 남자 대표팀 감독은 “우진이는 2% 부족한 게 매력이다. 이미 세계 톱클래스 수준인데 여기에 2%까지 더해지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기보배는 여자 대표팀의 보배 같은 존재다.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 빼어난 실력을 갖췄으면서도 번번이 대표 선발전에서는 탈락했다. 그러다 올해 4∼6월 열린 대표 선발전을 당당히 1위로 통과했다. 여고생 신궁이 곧잘 나오는 여자 양궁계에서는 대기만성인 셈이다. 힘 있는 슈팅이 장점인 기보배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4차 월드컵에서 여자 개인 1위를 차지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어 이번 광저우 대회에서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보배는 “목표는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이다. 하지만 (3명만 출전하는) 단체전을 못 뛴다고 해도 막내로서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 제2의 김진호, 김수녕을 향해

양궁 대표는 되는 것도 힘들지만 유지하는 것이 더욱 힘들다. 김우진만 해도 지난해 1월 대표로 뽑혔다가 선발전에서 탈락해 태릉선수촌에서 방을 뺀 아픈 기억이 있다.

어찌 보면 살벌하기조차 한 대표팀 생활에 대해 둘은 “방법이 없다. 그저 열심히 훈련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우진은 “대표팀에서는 누구나 하루에 300발 이상 활을 쏜다. 연습 때도 경쟁의 연속이다. 누가 더 한 발 한 발에 집중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기보배도 “쌀쌀했던 4월에 다른 선수들이 실내에서 연습할 때 나는 외부 환경과 바람에 적응하기 위해 밖에서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양궁계에서는 김진호나 김수녕처럼 일반인의 뇌리에 남아있는 대스타가 점점 사라져 가는 추세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관왕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땄던 박성현도 이번 대표팀에는 합류하지 못했다. 김우진과 기보배는 “김진호나 김수녕처럼 영원히 기억되는 선수로 남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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