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기자의 킥오프]‘선진국형 승강제’의 성공조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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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최하위팀 ↔N리그 최상위팀 교환 합의

한국축구계에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K리그), 한국실업축구연맹(N리그)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K리그 승강제에 대해 “실시하자”고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승강제는 K리그 최하위팀이 다음 시즌 N리그로 내려가고 N리그 최상위팀은 K리그로 승격하는 시스템. 축구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경쟁을 통한 업그레이드 시스템이다. 잉글랜드에서는 프리미어리그 최하위 3개팀과 챔피언십(2부) 상위 3개팀이 자리를 맞바꾸는데 각 리그에서 마지막까지 벌이는 순위 싸움에 팬들은 열광한다.

축구협회는 승강제 도입에 앞서 외부에 용역을 줬다. 각 리그의 입장차를 감안해 승강제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외부에 연구를 맡긴 것이다. 각자의 입장을 강조하다 보면 일을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K리그와 N리그는 2006년 N리그 우승팀에 K리그 승격권을 줬다. 승강제를 바로 실시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보고 K리그가 18개 팀이 될 때까지 승격만 시키는 제도였다. 하지만 2006년 N리그 우승팀 국민은행, 2007년 챔피언 현대미포조선이 K리그에 입성하지 않으면서 유야무야됐다.

하지만 축구계는 “지금 바꾸지 않으면 축구 발전은 없다”며 다시 승강제 도입을 검토하게 됐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축소 등을 내걸고 선진국형 시스템을 확보하라는 권유도 있었다. 김정남 K리그 기술위원장은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서라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승강제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김기복 실업연맹 부회장은 “솔직히 승강제는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걱정도 앞선다. 우승하고 또 안 올라간다고 하면 방법이 없다”며 조심스러워했다.

현재 N리그는 구단운영비를 1년에 30억 원 정도 쓴다. K리그로 올라가면 80억∼120억 원을 써야 한다. K리그 가입비도 10억 원이나 된다. N리그 팀으로선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 이런 상태에서 승강제를 실시해도 유명무실해질 개연성이 높다. 승강제 실시보다는 진입장벽을 낮추고 N리그 팀들로부터 승격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게 먼저인 이유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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