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D-100]완벽한 구형… 뛰어난 반발력… 월드컵공인구 ‘자불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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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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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가죽조각 구형으로 찍어내 제작
표면의 미세돌기는 마찰력 높이는데 유리

월드컵 본선 조 추첨 행사는 세계 축구팬의 이목이 집중되는 대형 이벤트다. 조 추첨식 때 새 월드컵 공인구도 발표된다. 4년마다 선보이는 월드컵 공인구는 축구공 디자인과 기술 발달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축구 팬들은 물론 새로운 공에 적응해야 하는 각국 선수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공인구로 발표된 자불라니는 현대 기술이 만들 수 있는 가장 완벽한 공으로 평가받는다. 아디다스는 1970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공인구를 선보였다. 회를 거듭할수록 공인구는 구형(球形)에 가까워져 왔다. 자불라니가 기술 혁신의 작품으로 평가받는 것은 지금까지 나온 어떤 축구공보다 둥글기 때문이다.

자불라니는 8개의 가죽 조각을 처음부터 구형으로 찍어내 이어 붙이는 방법으로 제작됐다. 14개 조각으로 만든 2006년 독일 월드컵 공인구 팀가이스트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자불라니는 공의 어떤 지점을 찍어 둘레를 재도 오차가 거의 없다. 완벽한 구형이기 때문에 반발력도 뛰어나다. 높은 반발력으로 대표팀 선수들은 자불라니를 처음 접했을 때 적응에 애를 먹기도 했다. 대표팀 수비수 강민수(수원)는 “생각한 것보다 공이 쭉쭉 뻗는다. 한 박자 빨리 예측해야 한다”고 말했고 골키퍼 이운재(수원)도 “슛이 엄청나게 흔들려 방향을 잡기 힘들다”고 했다.

아디다스가 1970년 내놓은 텔스타는 12개의 오각형과 20개의 육각형 조각을 꿰매 만든 공이었다. 당시만 해도 획기적인 형태로 완벽에 가까운 구형을 실현했다고 평가받았다. 그 후 2002년 한일 월드컵 피버노바까지 32개의 조각 수는 변하지 않았다. 대신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공인구 트리콜로에 쓰인 신택틱폼(syntactic form)처럼 첨단 소재가 쓰이면서 공의 속도는 더 빨라졌다.

자불라니 표면의 미세한 돌기는 축구화와의 마찰력을 높였다. 공이 발에 붙기 때문에 컨트롤이 용이하다. 표면 재질은 폴리우레탄으로 100% 방수다. 지금은 축구공이 방수인 것이 당연하지만 방수 기능을 지닌 축구공이 나온 것은 30년이 채 안 됐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 공인구 탱고 에스파냐에 최초로 방수 가죽이 사용돼 공에 물이 스며들었을 때 무게를 최소화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에투르스코 유니코는 폴리우레탄 폼이라는 내부층을 가져 방수 효과를 한 단계 향상시켰다.

과학 기술의 발달은 축구공을 더욱 둥글게, 더욱 빠르게 만들었다. 축구도 그만큼 재밌어졌음은 물론이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완벽한 공’ 자불라니는 어떤 재미를 선사할지 축구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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