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男싱글 라이서첵 우승… 김연아에 희소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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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 연기 조화 ‘연아 스타일’로 金銀 플류셴코 “어려운 점프 대접 못받아”

‘에번 라이서첵 vs 예브게니 플류셴코’=‘김연아 vs 아사다 마오.’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미국의 에번 라이서첵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라이서첵은 19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시엄에서 열린 프리스케이팅에서 167.37점을 얻어 쇼트프로그램 점수(90.30점)를 합쳐 총점 257.67점으로 우승했다. 2006년 토리노 대회 금메달리스트 예브게니 플류셴코(256.36점)를 1.31점 차로 제쳤다.

이번 남자 싱글 경기가 관심을 모은 것은 다름 아닌 ‘미리 보는 여자 싱글’이었기 때문. 라이서첵은 점프, 스핀 등 기술이 연기와 조화를 이루는 ‘종합형’ 선수다. 이에 비해 플류셴코는 쿼드러플(4회전) 콤비네이션 점프를 앞세운 ‘기술형’ 선수다.

‘피겨 여왕’ 김연아(20·고려대)는 라이서첵의 스타일에 가깝다. ‘점프의 교과서’라고 불릴 정도로 완벽한 점프를 구사하는 데다 연기가 구성 요소 사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예술과 기술의 조합이 완벽한 선수로 불린다. 반면 김연아와 메달을 다툴 아사다 마오(일본)는 플류셴코와 비슷하다. 플류셴코와 마찬가지로 기본 점수가 높은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콤비네이션 점프를 내세워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이지희 부회장은 “플류셴코의 프로그램은 구성 요소에만 신경을 많이 썼다. 하지만 동작과 동작 사이의 연결 동작(트랜지션)이 많이 비어 있다. 점프 전에 손동작만 잠시 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이는 아사다의 스타일과도 많이 닮았다.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 콤비네이션 점프 등 고난도 기술을 시도하면서 구성 요소 사이의 연결 동작을 최대한 간소화했다. 이 부회장은 “라이서첵은 프로그램 자체가 깔끔하다. 연결 동작도 신경을 많이 썼다. 김연아의 프로그램도 점프 등 기술 사이에 화려한 연결 동작이 많아 전체적으로 보면 난도가 더 높다”고 밝혔다.

플류셴코는 경기가 끝난 뒤 “새로운 채점 시스템에서 쿼드러플 점프는 대접받지 못한다. 예전의 채점 시스템이었다면 내가 분명히 이겼을 것이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강력한 기술만 앞세워 심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을 플류셴코는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아사다는 이번 올림픽에서 트리플 악셀로 심판들에게 어필할 것이다. 하지만 아사다는 경기를 마친 뒤 플류셴코와 같은 말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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