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러브 오늘 시상식… 옛날엔 이런 말실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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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가면파리법을 따라야?한자 잘못읽어김재박<博>→김재전<傳>호명

2002년 12월 11일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 마해영(당시 삼성)은 처음으로 골든글러브(지명타자)를 수상한 뒤 “여기까지 오는 데 8년이 걸렸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어 투수 수상자인 송진우(당시 한화)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느릿느릿 소감을 말했다. “마해영 선수가 8년 만에 상을 받는다니 축하합니다. 그런데 저는 14년 만입니다.”

웃음 폭탄이 터졌지만 송진우 팬들의 마음은 짠해졌다. 1989년 데뷔한 그는 1992년 사상 최초로 다승왕과 구원왕을 석권했다. 하지만 투표인단의 마음은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하며 롯데의 우승을 이끈 고졸 신인 염종석에게 향했다. 10년을 더 기다리고서야 영광의 자리에 선 노장의 수상 소감은 골든글러브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됐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부터 시작된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흥미로운 기록과 사연이 있다. 1986년 시상자로 나선 영화배우 이보희 씨는 유격수 부문 수상자를 ‘김재전’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수상자 이름을 한자로 썼는데 김재박의 박(博)을 전(傳)으로 잘못 읽은 것이다. 이듬해부터 수상자는 반드시 한글로 표기하고 있다.

2003년 선동열 한국야구위원회 홍보위원(삼성 감독)은 인사말로 “우리 속담에 ‘파리에 가면 파리 법을 따라야 한다’죠”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국 속담에 프랑스 수도가 나올 리 없을뿐더러 그 말의 도시는 파리가 아닌 로마이다.

골든글러브 최다 수상은 8회로 한대화 한화 감독과 양준혁(삼성)이 주인공이다. 한 감독과 같은 포지션인 3루에서 6번 수상한 김한수 삼성 코치는 2004년 수상 후 1루수로 보직이 바뀌며 수상을 멈췄다. 김 코치는 “당시 수석 코치이던 한 감독님이 본인의 기록이 깨지는 걸 막고자 내 포지션을 바꾼 것 같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올해는 어떤 에피소드와 기록들이 황금장갑을 빛낼까. 시상식은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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