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 오프]음지에서 활짝 핀 ‘이광종 축구’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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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이하 월드컵에서 청소년축구대표팀을 8강으로 이끈 이광종 감독(45)은 음지를 마다하지 않았다. 스타플레이어는 아니었지만 프로와 국가대표 선수로 뛴 그는 프로와 대학팀 여기저기서 코치 영입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모두 거부하고 묵묵히 유소년 선수 육성에 매진했다. 2000년 대한축구협회 전임 지도자 1기로 시작해 20세 이하 코치, 15세 이하 감독을 거쳐 17세 이하 사령탑을 맡았다.

이 감독은 고집불통으로 통한다. 대선배인 한 감독이 “우리 애 좀 잘 봐줘”라고 하면 오히려 엔트리에서 빼버릴 정도로 외압에 흔들리지 않았다. 다른 지도자들은 처우가 좋은 프로나 대학팀으로 속속 떠났지만 박봉에도 꿈나무 키우기를 소명처럼 여겼다. 지도자 자격증 최고인 P(프로)급까지 딴 그는 3급 지도자들을 지도하는 강사이기도 하다. 선수를 발굴해 키우는 프로그램도 직접 만들어 다른 지도자들에게 전파할 정도로 학구파다.

그가 좋아하는 축구는 남미 스타일. 짧은 패스로 미드필드부터 아기자기하게 풀어가는 축구를 추구한다. 훈련 땐 모든 과정을 선수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시킨다. 감독의 지시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플레이에서는 선수들의 창의력이 발휘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축구기계가 아닌 창조적인 축구선수를 키워야 한다는 게 그의 지도 철학이다. 이번 대회에서 우루과이(3-1)와 알제리(2-0)를 꺾고 16강에 올라 멕시코마저 승부차기 끝에 잡고 8강에 오른 원동력이 여기에 있다.

송경섭 수석코치(38)도 이 감독과 비슷한 스타일이다. 2000년부터 함께 전임 지도자로서 꿈나무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렇게 아마축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지도자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늘어나야 한국 축구의 토대가 튼튼해진다. 프로팀들의 유소년 프로그램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폭적인 투자도 절실하다. ‘광양 루니’로 불리는 이종호(광양제철고)는 바로 국내 프로팀의 유소년 프로그램이 키워낸 제1세대. 걸출한 유망주는 결코 우연히 나타나지 않는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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