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판 호령하는 공포의 ‘숏다리’ 스타들

  • 입력 2009년 8월 15일 02시 56분


‘유로 2008’ 챔프 스페인-전통 강호 아르헨-챔스리그 우승 바르사엔 특별한 게 있다

슛 타이밍 포착-방향 전환 ‘번개’
“단신 콤플렉스? 활용 폭 커질것”

“축구를 키로 하나요? 공간을 파고드는 플레이엔 제 ‘숏다리’가 제격입니다.”

프로축구 K리그 광주 상무의 최성국(26)은 최전방 공격수로 팀을 이끌고 있다. 신발을 신고 잰 키가 172cm에 불과한 그는 빠른 발과 절묘한 개인기로 상대 수비진을 헤집고 다닌다. 그의 활약 덕분에 지난 시즌 최하위 광주는 올 시즌엔 벌써 9승을 수확했다. 최성국은 “키가 작아서 그런지 팬들이 응원을 더 많이 해 준다. 축구선수가 되길 천만다행”이라며 웃었다.

○ 숏다리 활약 눈부신 축구계

세계 축구계에 ‘단신(短身)’ 열풍이 거세다. 최근까지 세계 랭킹 1위를 질주한 스페인 대표팀은 유난히 숏다리 선수가 많다. 전통의 강호 아르헨티나도 마찬가지. 지난 시즌 트레블(3관왕)을 달성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바르셀로나도 평균 신장으로 따지면 끝에서 1, 2위를 다툰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의 평균 신장은 181.3cm. 최근 파라과이와 평가전을 치른 현 대표팀 평균 키도 같다. 11년이 지났지만 키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빅 사이즈’가 필수로 여겨지는 구기종목에서 이처럼 축구만 예외인 이유는 뭘까. 신동성 스포츠연구소 소장은 “다리가 긴 선수들은 단신에 비해 회전을 할 때 방향 전환이 느리다”며 “순간적인 방향 전환과 횡적인 움직임이 중요한 축구에서 키 작은 선수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체육과학연구원 문영진 박사는 “움직이는 공을 다루는 축구에선 힘보다 임팩트가 더 중요하다”며 “무게중심이 낮은 선수는 더 좋은 임팩트로 타이밍을 맞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슈팅 속도가 빠르고 유연성이 좋은 점도 단신 선수의 장점으로 꼽았다.

○ 숏다리 콤플렉스는 없다

앞으로도 축구에선 ‘단신 콤플렉스’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기 대한축구협회 기술 분석위원은 “빠른 패스와 순간적인 스피드를 중시하는 현대 축구에서 신장의 이점은 사라지고 있다”며 “과거엔 키가 큰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필수였다면 이젠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의 분석도 비슷하다. 과학적인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의 균형만 잘 잡는다면 현대 축구에서 단신 선수들의 활용 폭이 더욱 커질 거란 얘기다. 김 교수는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는 11세 때 자신의 성장호르몬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더욱 축구에만 전념했다”고 말했다. 작은 키가 오히려 동기를 부여하는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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