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통신]“30kg 등짐으론 돈 안돼”

  • 입력 2009년 5월 20일 02시 58분


“30kg 등짐으론 돈 안돼” 100kg 지고 오르는 포터도

자동차가 없는 마을이 있다. 흔한 오토바이도, 자전거도 없다. 네팔의 험준한 히말라야 자락에 있는 마을들이다. 히말라야에는 비포장도로마저도 없다. 꾸불꾸불한 오솔길과 가파른 계단, 깎아지른 언덕만이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카트만두에서 경비행기로 루클라 공항(2840m)에 내린 등산객들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64m)까지 약 2500m를 오직 자신의 두 발을 의지해 올라가야 한다. 베이스캠프까지는 꼬박 일주일이 걸린다.

히말라야 사람들은 각종 생필품을 야크(아시아 고지대에 사는 소)나 포터(등짐꾼)를 통해 올린다. 등반 시즌에는 수 톤의 짐을 수송하는 각국 원정대들 때문에 야크나 포터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짐을 올리는 데는 엄격한 기준이 있다. 무게 단위로 ‘바리’를 사용하는데 포터의 경우 한 바리는 30kg다. 하루 동안 한 바리의 짐을 옮겨주는 데 보통 500루피(약 1만 원)를 받는다. 베이스캠프까지 일주일 동안 걷고 또 걸어 7만 원 정도 버는 셈이다.

하지만 포터는 숙식을 직접 해결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한 바리 짐 수송으로는 수지가 맞지 않아 보통 두 바리, 많게는 100kg 가까운 세 바리의 짐을 등에 지고 힘겹게 산길을 오른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롯지(네팔식 산장)가 아닌 바위 밑에서 새우잠을 자는 포터들도 많다. 네팔 정부는 17세 이하의 노동을 금지하고 있지만 앳된 소년들이 등짐을 한가득 지고 산비탈을 오르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하의 혹한에도 얇은 군용 점퍼에 슬리퍼, 그리고 맨손이었던 ‘소년 포터’ 거우리 뻐르삿라이도 나이를 묻자 “18세”라고 답했다.

야크를 가진 사람들은 부자에 속한다. 야크 한 마리는 보통 60kg의 짐을 지고 하루 700루피(약 1만4000 원)를 받는다. 베이스캠프에 도착하면 약 9만8000원을 버는 셈이다. 원정대의 짐을 수송하면 보통 10여 마리의 야크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금액은 100만 원 가까이로 늘어난다. 네팔 말단 공무원의 한 달 임금이 1만2000루피(약 24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야크 한 마리의 가격이 3만6000루피(약 72만 원) 정도라고 하니 귀하신 몸이 아닐 수 없다.

몇 년 전 루클라 공항보다 800m가량 높은 남체 바자르(3440m)에 새 활주로를 건설하려 하자 남체 이하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격렬하게 반대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상위 지역에 공항이 건설되면 상권이 죽는다는 얘기였다. 결국 공항 건설은 취소됐다. 아마도 도로 건설이 예정된다면 포터와 야크 주인들의 반대가 거셀 것이다.

한편 박영석 에베레스트 남서벽 원정대는 짐 수송에 차질이 생겨 예정보다 하루 늦은 20일 오전 정상 공격에 나선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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