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결산] ‘메이드人 코리아’ 자신감 팍 높였다

  • 입력 2009년 3월 25일 07시 45분


완벽한 세대교체 성공…야구계 이전투구·얇은 선수층 극복 숙제

한국야구가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정상 일보직전에서 ‘숙적’ 일본에 패하며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한국야구는 이번 대회를 통해 알찬 수확을 얻었고, 또한 세계 정상에 도달하기 위한 숙제를 던져줬다.

한국은 이번에 유·무형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 우선 한국야구가 더 이상 세계 야구계의 변방이 아닌 주류로 편승했다는 점이다.

한국이 2006년 제1회 WBC에서 4강에 올랐을 때 세계의 시선은 ‘돌풍’으로 평가할 뿐이었다. 아시아 야구강국 중 하나지만 메이저리그는 물론 일본야구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인식됐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이번 대회에 앞서 한국이 WBC에서도 다시 세계 정상권에 설 것으로 예상하는 이는 드물었다. 그저 다크호스 정도로 분류했다.

그러나 한국야구가 승승장구하면서 일본을 2차례나 격파하고,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즐비한 멕시코와 베네수엘라를 완파하자 이제는 해외에서 한국야구를 몰랐다는 것을 자인하고 있다.

한국이 4강에 오른 뒤에는 미국기자와 해설자들이 앞 다퉈 한국선수들과 인터뷰를 하려고 했고, 한국야구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내적으로도 상당한 수확과 결실을 맺었다. 가장 큰 것은 자신감 획득이다.

박찬호 이승엽 등 해외파가 불참하고, 간판타자인 김동주와 수비의 핵 박진만도 빠졌다. 그래서 한국 내부에서도 이번 대회 성적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한국야구는 더 이상 특정선수 한두 명에 의존하는 팀이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 스스로 한국야구의 수준을 믿지 못하고 자신감을 가지지 못했는지 모른다.

또한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한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꾸려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제는 완벽한 세대교체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김인식 감독의 말처럼 이들이 경험을 쌓으면 한국야구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 4년 후인 2013년 제3회 WBC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에서 여러 가지 숙제도 많이 남겨줬다.

대표팀 구성 과정에서 원칙을 세우지 못한 탓에 감독과 코칭스태프 구성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서로 비난하며 이전투구하는 모습, 감독과 코치를 맡지 않기 위해 서로 떠넘기는 모습이나 불신풍조는 야구발전에 독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얇은 선수층으로는 한국야구가 지속적인 강호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선수의 기량 향상을 위해 야구장 등 인프라 정비는 시급한 과제이며, 유소년 야구 활성화는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으로 대처해야할 한국야구의 영원한 숙제다.

LA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화보]짜릿한 한방! WBC 한국 대표팀의 통쾌한 홈런을 한눈에

[화보]WBC에 울고 웃었다! 방방곡곡 “대한민국!”

[관련기사]“슬퍼말아요” 그대들은 5천만의 챔프!

[관련기사]또 더티플레이…일본, 매너는 졌다

[관련기사]“잘했다 코리아” 그러나 허탈하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