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꺾인 골프장…동시다발 건립에 회원권 인기 ‘뚝’

  • 입력 2008년 9월 27일 08시 58분


분양대행사-은행 “황금알 낳는 거위 아니다” 등돌려

‘굴뚝 없는 산업’으로 불리며 호황을 누리던 골프장이 머지않아 천덕꾸러기로 내몰릴 신세다.

최근 수도권내에서 골프장을 건설하겠다고 나선 업체만 50여 곳에 이른다. 모두 완공되면 수도권 내 골프장은 180여개로 늘어난다.

그러나 골프장 건설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면서 운영업체는 경영악화를, 추진업체는 회원권 분양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3년 전만 하더라도 회원권을 분양 받으려는 매수자가 줄을 서서 기다려 골프장 자체적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바뀌었다. 그동안 골프장 회원권이 투자 가치로 충분한 매력을 지녔는데 지금은 그럴만한 가치가 떨어졌다는 이유다. 회원권을 성공적으로 분양하지 못하면 골프장으로서는 건설에 필요한 자금 확보가 어려워 건설에 차질을 빚게 된다. 18홀 기준 골프장 건설비용은 최소 1000억 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중 상당 부분을 회원권 분양으로 충당한다.

A회원권거래소 한 관계자는 “1년 전만 해도 골프장 측에서 분양대행사를 찾아와 도움을 청한 예는 드물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분양대행사에게 도와달라는 구원의 요청이 잦아지고 있다”고 말해 다급해진 골프장의 사정을 대변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과거와 비교했을 때 최근의 분양 성공률은 현저히 떨어졌다. 올 초의 회원권 시세와 비교했을 때 현재 시세가 30∼40% 하락했는데 분양률도 그만큼 하락했다”고 입을 모은다.

골프장이라면 무조건 밀어줬던 은행권도 최근엔 반응이 시큰둥하다. 시공을 맡은 건설회사들이 아파트 미분양 등으로 어려움을 겪자 은행권에서도 등을 돌리고 있는 것. 과거에 비해 영업이익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은행권에서 볼 때 골프장이 더 이상‘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보이지 않는다.

A회원권거래소 관계자는 “현금을 들고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는 곳은 많지 않다. 초기 자금은 은행권에서 빌리고, 분양 대금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믿었던 은행권과 회원권 분양이 가로막히면서 골프장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자금줄이 막히니 당연히 건설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일부 골프장에서는 아예 공사 자체를 연기하는가 하면, 부지만 매입해 놓고 허가를 늦추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기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경춘국도 주변으로 골프장 부지를 매입해 놓고 허가를 대기 중인 사업체가 10여 곳이 넘었지만 지금은 조용해졌다.

오히려 지자체 쪽에서 빨리 허가를 해주겠다고 나서지만 골프장에서 난색을 표하며 허가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지금까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콧대를 높여온 골프장에 찬바람이 불어오면서 변화의 기운까지 감지되고 있다.

반값 회원권 골프장이 등장하는가 하면, 아예 골프장을 완공해 놓고 분양하는 골프장이 늘어나고 있다. 회원제 골프장으로 허가를 받았다가 퍼블릭 골프장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지방은 2∼3년 전부터 이런 현상이 시작됐는데 이제는 수도권도 비슷한 형편에 놓이게 됐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골프장의 홀대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참아야 했던 골퍼들이 대접받을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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