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사업실패 후 체육관 운영하는 김광선

  • 입력 2000년 9월 25일 14시 53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중에는 사업가로 성공한 사람이 드물다. 오랜 선수생활로 인해 사회 물정에 어둡고 남을 쉽게 믿는 순진함이 약점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88서울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인 김광선(38)은 현재 체육관을 운영중이다. 처음 체육관을 개관할 때만 해도 침체된 한국 복싱의 부흥을 위해 직접 후배 양성에 나서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세웠으나 재정난에 부딪히자 복싱 에어로빅을 개발, 복싱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91년 세계타이틀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뒤 94년 은퇴하자마자 시작한 일이 즉석 탕수육체인점. 유명한 복싱 선수라는 이점을 최대한 살리려 했지만 돌아온 것은 사각의 링처럼 진실만이 통하는 세상이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탕수육 체인점을 처분하고 할 일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솔잎은 송충이는 먹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체육관을 내게 된 것이다.

88년 서울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82kg급의 한명우(44)는 불교미술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찰 개보수 작업 때 단청을 그려주는 대행사를 운영중인데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사찰이 대부분이라 사무실을 운영하기도 벅찰 정도다. 한명우는 선수 시절보다 은퇴 후의 생활이 파란만장했다. 은퇴 후 대표팀 코치로 2년간 활동하다 일본으로 건너갔고 다시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으로 초청돼 말레이시아로 들어갔다. 그런데 막상 현지에 도착해보니 레슬링팀이 없었다. 말레이시아 국왕의 양아들이 황무지나 다름없는 말레이시아 레슬링을 부흥시켜 달라고 간청했지만 생활비조차 제대로 못받는 실정이었다.

결국 레슬링을 포기하고 국왕의 배려로 250만달러를 융자받아 한국을 주공급처로 삼은 숯불 공장을 차렸다가 IMF가 터지는 바람에 빚만 떠안게 됐다. 5년 동안 말레이시아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가며 고생했지만 돈 한 푼 벌지 못하고 빈털터리로 귀국한 한명우는 1년 전부터 그림 그리는 후배들과 인연을 맺고 불교미술 사업에 손을 댔다. 지금 한명우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레슬링계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금메달리스트는 빚 좋은 개살구나 마찬가집니다. 메달리스트라고 사회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거나 명예를 얻는 게 아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젊은 청춘을 온통 운동에만 바쳤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영미/스포츠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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