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하차시킨 뒤 음주사고 도주 차량 추격해 붙잡은 택시기사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도주하는 차량을 쫓는 택시 모습. 사진=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인도로 돌진해 교통안전 시설물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고 달아난 음주 운전자를 추격해 검거에 기여한 택시운전기사의 활약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는 음주 사고 도주차량 검거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한 택시기사 박지훈 씨(42)에게 감사장과 신고 포상금을 수여했다고 1일 밝혔다.

박 씨는 지난 2월 28일 오전 2시 30분경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 행정복지센터 앞 어린이 보호구역 도로에서 좌회전하던 중 보행자 도로로 돌진해 교통안전 시설물 파손 사고를 일으키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달아난 40대 여성운전자 A 씨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사고를 목격한 박 씨는 112에 신고하는 동시에 차량 추격을 시작해 A 씨가 사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까지 2㎞가량을 뒤쫓았다.

당시 박 씨의 택시에는 승객 1명이 타고 있었지만, 음주로 의심되는 사고 가해 차량이 2차 사고를 낼 것을 우려해 승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중간에 내려준 뒤 곧바로 따라붙으며 경찰에 도주 상황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결국 박 씨의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검거됐다. 음주 측정 결과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씨는 “꼭 잡아야겠다고 생각해서 손님에게 ‘먼저 내려주실 수 있느냐’고 물으니 ‘사장님 어서 가서 잡으세요’라는 답이 돌아왔다”며 “한창 일할 시간이었지만, 그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해당 차량이 2차·3차 사고를 내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한 일”이라고 말했다.

감사장과 신고 포상금을 수여한 김재광 수원서부경찰서장은 “생업을 마다하고 공동체 치안에 도움을 준 시민에게 감사를 전한다. 우리 경찰은 온 힘을 다해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지켜 나가겠다”고 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