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대리’ 사칭한 보이스피싱 일당…가명 사용·공동 숙소

  • 뉴스1
  • 입력 2024년 3월 20일 15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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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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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일당들이 필리핀의 한 숙소에 공동으로 거주하며 조직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사실이 판결문을 통해 드러났다. 이들은 각자 팀을 나눠 실적을 관리했고, 자신이 직접 성공한 범행에 대해서는 범죄 수익의 일부를 챙겼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제7형사항소부(부장판사 김병수)는 범죄단체가입, 범죄단체활동,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보이스피싱 상담책 A씨(35·남)에게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앞서 원심은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고,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5월부터 10개월간 필리핀에 있는 보이스피싱 콜센터 사무실에서 상담책 역할을 하면서 366명으로부터 67억원이 넘는 금액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해당 보이스피싱을 그만두고도 또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해 활동하다가 2021년 10월 필리핀 당국에 체포됐다. 이후 송환을 거부하다가 2023년 3월에야 송환됐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총책 △부총책 △콜센터 직원 △신규 조직원 모집과 교육을 담당하는 관리책 △피해금 인출 수거책 △현금 수거 지시 내리는 행동 지시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

모집책들은 ‘필리핀에서 일을 하면 고수익이 보장된다’며 조직원을 모집하고,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을 포섭하기도 했다. 이렇게 포섭된 조직원들은 필리핀 콜센터 사무실 인근 숙소에 공동으로 거주하며 숙식을 제공받았다. 간부급 조직원들에게는 별도의 방이 지급됐다.

이들은 경찰 수사에 대비해 서로 본명을 모르도록 각자 정한 가명을 사용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또 조직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도록 조직원이 노출된 사진은 SNS에 올리지 않는 등 향후 단속에도 철저히 대비했다.

특히 콜센터 직원들은 ‘영팀’, ‘올드팀’, ‘미드팀’, ‘카올드팀’ 등으로 팀을 나눠 팀장들의 지시 아래 실적을 쌓았다.

전체 범죄 수익의 50%는 총책이 가져갔고, 팀장은 자신이 속한 팀 범죄 수익의 22~24%를, 상담원은 자신이 성공한 금액의 약 15%를 각각 지급받았다.

이들은 범행 수법도 체계적이었다. 먼저 ‘신한은행 M대리’를 사칭한 상담원이 피해자에게 전화해 “3~7%의 저금리로 3000만 원까지 대출해 줄 수 있다”고 속이면, 또 다른 상담원이 피해자에게 “기존 대출금 600만 원을 변제해야만 저금리 대환대출이 가능하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후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상담책은 “피해자의 계좌는 감시대상이라 질권 계좌로 입금해야 한다”면서 “지정한 계좌로 돈을 입금하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2019년 5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이들에게 속은 피해자만 366명, 피해액은 67억여 원에 달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기간이 장기이고 피해자도 다수이며 전체 피해 금액 역시 매우 고액”이라면서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팀에서 성과가 가장 높을 정도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송환을 계속 거부한 범행 후 정황은 불리한 정상”이라며 “다만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수익의 약 15% 정도를 분배받으므로 피고인의 실제 수익은 전체 피해액의 일부에 불과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수원=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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