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사된 ‘울지마 톤즈’ 두 청년의 울림…“아픈 동포 곁으로 가겠다”

  • 뉴스1
  • 입력 2024년 2월 23일 1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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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고 이태석 신부의 제자 토머스 타반 아콧, 존 마옌 루벤 전문의. (인제대 백병원 제공)
왼쪽부터 고 이태석 신부의 제자 토머스 타반 아콧, 존 마옌 루벤 전문의. (인제대 백병원 제공)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온 고 이태석 신부의 두 제자가 한국 전문의 자격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국내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로 의사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의료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23일 인제대 백병원에 따르면 올해 제67차 전문의 자격시험 합격자 2727명 가운데 이 신부의 제자인 토머스 타반 아콧(토머스)과 존 마옌 루벤(존)이 포함됐다.

두 제자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고 의학 공부를 통해 의사가 될 수 있었던 모든 것들이 이태석 신부님 덕분”이라며 “전공의 수련에 어려움 없이 임할 수 있게 도와준 인제대 백병원 교직원분들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신부의 권유로 한국에서 의사가 되는 길을 걷게 된 토머스와 존은 2009년 수단어린이장학회 도움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이들이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신부는 대장암으로 선종했다.

이들은 그럼에도 의사가 돼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꿈과 이 신부의 정신을 이어가고자 공부에 매진해 2012년 이 신부 모교인 인제대 의대에 입학했다.

타국 생활이 녹록지 않았지만 인제대에서 전액 장학금으로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지원받으며 공부한 토머스와 존은 각각 83회와 84회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해 의사가 됐다.

이후 인제대 부산백병원에서 인턴 수련을 거쳐 토머스는 인제대 상계백병원 외과, 존은 인제대 부산백병원 내과에서 레지던트로 수련받아 올해 전문의 시험에 합격했다.

두 제자가 외과와 내과를 선택한 이유도 모두 남수단에서의 의료 활동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남수단은 수년간 내전을 겪은 후 많은 사람이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외과를 택한 토머스는 “남수단에는 외과 의사 부족으로 간단한 급성 충수염이나 담낭염 등도 빨리 수술받지 못해 죽는 사람이 많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외과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내과를 택한 존은 “어릴 때부터 내전과 의사가 없는 환경 속에서 진료를 받지 못해 고통을 겪는 이들을 많이 보았다”며 “그중에는 말라리아·결핵·간염·감염성 질환 등 내과 질환이 대부분이라 내과를 택했다”고 했다.

‘힘든 일이 있어도 연연하지 말라’라는 이 신부의 가르침을 유념하며, 고향인 톤즈로 돌아가 신부님이 못다 펼치신 인술을 펼치고 싶다는 토머스와 존.

토머스는 더 많은 수술을 배워 외과 의사 경험을 쌓기 위해 인제대 상계백병원에서 전임의(펠로우) 과정을 이어갈 예정이며, 존은 수련을 마친 뒤 남수단으로 돌아가 의료 활동과 함께 후배 의사를 양성할 계획이다.

남수단의 돈 보스코로 불린 이태석 신부는 1987년 인제대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됐다. 이후 살레시오회에 입회해 사제의 길을 선택한 뒤 2001년 아프리카 남수단의 오지 톤즈로 건너가 병실 12개짜리 병원과 학교, 기숙사를 짓고 구호, 의료, 선교 활동을 벌이다가 2010년 대장암으로 48세 나이로 선종했다.

같은 해 이태석 신부의 생전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를 통해 그의 헌신적인 삶이 널리 알려졌다. 이어 2018년 남수단 교육과학기술부는 “고 이태석 신부의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인생 이야기를 담을 것”이라며 해당 일대기를 초중등 교과서에 실었다.

(김해=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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