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한명도 못늘린다 하면 의사들 왕따 될수밖에 없어… 정부 고압적 태도도 문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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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집단 사직’ 의료 혼란]
정진행 서울대 의대 비대위원장

“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무조건 찬성도, 반대도 아닙니다.”

17일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된 정진행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사진)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정부가 ‘마주 달려오는 기차’처럼 대립해선 합의를 이끌어낼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의사단체와 정부 사이의 중재 역할을 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18일 늦은 오후 동아일보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단 한 명도 의대 정원을 늘릴 수 없다’고 주장해선 국민이 우리 의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응원을 받던 의사들이 왜 지금 ‘전 국민의 왕따’가 됐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들이 소통하지 않고 강경 투쟁 노선만 고집하면 집단행동은 ‘밥그릇 지키기’로만 보일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지적이다.

정 위원장은 동시에 정부의 고압적인 태도 역시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직하면 군대에 가야 한다’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겠다’는 식의 대응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전공의들에게 적합하지 않고 선배 의사와 교수까지 동요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젊은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을 윽박지르기만 할 게 아니라 이들이 반발하는 이유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와 의사의 ‘양자 협상’ 구도를 넘어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함께 ‘공론의 장’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 것을 제안했다. 정 위원장은 “의대 증원의 파장은 이공계와 인문계 인력 유출까지 이어질 것이라 이들까지 협의에 참여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파국을 막고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18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구체적 데이터를 가지고 2000명의 교육, 수련에 필요한 준비는 됐는지 국민 앞에서 같이 공개토론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발언 후 정부와 의사단체 측은 20일 한 방송에서 공개토론을 하기로 했다.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전공의와 의대생의 집단행동이 본격화되자 정부와 전공의·의대생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겠다며 비대위를 꾸렸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의대 정원#정진행#정부#고압적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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