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감염병에 전국 ‘비상’…전문가들 “중복감염시 치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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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2월 7일 0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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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아동병원을 찾은 어린이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뉴스1
서울의 한 아동병원을 찾은 어린이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뉴스1
코로나19 팬데믹의 늪에서 벗어나자마자 또 다른 호흡기 감염병들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인플루엔자(독감) 환자 수는 매주 역대급 수치를 기록하고 있고, 중국에서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환자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더불어 법정감염병 2급으로 분류된 백일해 환자 수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1월 19~25일(47주차)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환자 수(의사환자 분율)는 45.8명을 기록했다. 이는 보건당국이 유행이라고 판단하는 기준인 6.5명보다 무려 7배 높은 수치다.

특히 소아·청소년 연령층의 독감 유행은 매주 역대급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47주차 7~12세 의사환자분율은 100.9명, 13~18세는 104명으로 각각 유행기준의 15.5배, 16배를 기록했다. 이는 사상 유례없는 수치다.

현재 중국을 강타해 이웃나라들도 긴장하고 있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도 국내서 고개를 들고 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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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에 따르면 47주차 전국 200병상 이상의 218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세균성 급성호흡기감염증으로 입원한 환자 280명 중 270명(96.4%)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말 173명(44주차)이었던 환자 수는 45주차 226명→46주차 232명→47주차 270명으로 늘었다.

어린 아이에게 치명적인 2급 감염병 백일해도 확산 중이다. 지난 10월 29명이던 백일해 환자는 지난달 124명으로 무려 327% 폭증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마스크를 쓰고 사람들과의 접촉이 줄면서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지 않아 면역력이 없는 상태에서 바이러스가 퍼지기 좋은 겨울이 되자 급격히 확산하는 것”이라며 “면역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가겠지만 면역력은 떨어진 데다 바이러스가 살아남기 좋은 환경, 방역수칙 완화 등 요소가 겹쳐 급격히 환자 수가 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지금까지 독감 환자 수는 역대급 확산세를 보이고 있고 지난주엔 본격적으로 유행이 시작돼 당분간은 더 많은 환자가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과 백일해에 대한 해석은 다르다. 질병청 관계자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과 백일해는 코로나19 이전 환자 수에 비해 아직 낮은 수치”라며 “개인 위생 수칙 준수를 당부하고 각 학교에서 가정통신문 등으로 안내를 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10년간 월별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입원환자 발생현황. (질병청 제공)
최근 10년간 월별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입원환자 발생현황. (질병청 제공)
실제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환자 수는 11월 넷째주(47주차) 270명이었지만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엔 544명의 환자를 기록했다. 월별로 보면 2019년 11월엔 2894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그보다 전인 2015년 12월엔 2240명이 발생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2~3년에 한 번씩 심하게 유행하는 폐렴”이라고 설명했다.

백일해도 마찬가지다. 한 달 새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환자 수가 빠르게 늘어난 것은 맞지만 코로나19 유행 이전 시기와 비교해보면 올해는 현재까지 197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2018년엔 980명, 2019년엔 496명의 환자가 나왔다. 월별 환자 수로 따져 봐도 지난달 124명, 2018년 7월엔 169명이었다.

질병청 관계자는 “다른 해에도 유행이 있을 때는 현재보다 더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코로나19 유행 이전 시기인 평상시 수준과 비교해 봐야 한다”며 “지금 중국에서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고 있다 보니 코로나19가 유행하던 특수 상황과 비교하면서 불안감이 더 커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독감이 워낙 유행을 하다 보니 중복 감염이 되거나 독감을 앓고 나서 회복할 시간도 없이 다른 호흡기 감염병에 감염되면 위중증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최근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독감과 코로나19도 다시 고개를 들면서 이와 함께 중복 감염이 될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박영아 이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특히나 이번 겨울은 독감, 코로나19, 호흡기융합바이러스 등 여러 가지 호흡기 바이러스가 복합적으로 유행하고 있다”며 “약을 먹어도 발열과 기침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권고에 따라 검사를 시행해 질환을 감별하고 적합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도 “문제는 중복감염으로 인한 위중증으로의 발전”이라며 “실제로 마이코플라스마, 코로나19, 아데노바이러스에 함께 감염된 9세 아이의 경우 병이 급속도로 악화해 중환자실에 열흘 있다 사망한 일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망 경우들도 보면 의사들이 ‘어린이 다발성 염증 증후군(MIS-C)’으로 추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바이러스 감염이나 중증 호흡기 감염이 동반됐을 때 생기는 것인데 빨리 찾아내서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의사들이 걱정하는 건 이런 위중증 환자가 급격히 늘면서 의료시스템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다.

이재갑 교수는 “현재 가장 문제가 소아 중증환자를 받을 종합병원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라며 “소아 응급환자 진료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이 없으면 응급환자 진료를 제때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최 회장도 “위중증 환자도 골든타임 이내에 치료하면 호전될 수 있는데 소아과 자원이 부족하다 보니 의사들이 중환자실로 보내려고 하면 보낼 곳이 없다”며 “정부가 대책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확산세에 질병청은 6일 급히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관련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고 향후 환자발생 상황을 의료계, 관계부처와 공유해 진료 시스템 마비에 대비하고 항생제 수급도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도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항생제 공급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복지부 또한 소아병상 수급 현황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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