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이야기로 배우는 쉬운 경제]물가가 오르면 용돈의 ‘실질 가치’는 얼마가 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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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금액 그대로를 말하는 ‘명목’
‘실질’은 물가 변동을 반영한 수치
용돈의 액면가가 10만 원일 때
물가 오르면 실제 가치는 하락… 물가지수로 ‘실질’ 계산 가능

“올해 1∼8월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지만, 물가수준을 반영한 실질임금은 오히려 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상승한 영향이다.”(동아일보 2023년 10월 31일자)

얼마 전 신문기사 내용입니다. 월급은 올랐는데 오른 게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기사에서는 다음과 같이 추가로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실질임금은 명목임금을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눠 백분율로 환산하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돈의 실질적인 가치를 말한다. 노동자가 지불받는 임금의 가격을 단순히 화폐액으로 표시한 것이 명목임금이고, 실질임금은 그 명목임금으로 실제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의 수량으로 나타낸다.” 경제 관련 신문기사에서 흔하지 않은 친절한 설명입니다.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명목과 실질입니다.

● 통장에 찍힌 금액은 ‘명목’


명목은 물가수준을 반영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액면가를 말합니다. 현재 2023년이면 지금 영수증에 찍힌 그 액수가 명목입니다. 오늘 통장에 입금된 월급 액수가 명목임금입니다. 20년 전 명목임금을 알고 싶으면 20년 전 통장에 찍힌 월급 액수를 읽으면 됩니다. 그것이 20년 전 명목임금입니다. 그런데 그 월급을 단순 비교하면 뭔가 빠진 듯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바로 그 당시에 그 월급이 지금으로 치면 얼마의 가치가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종종 이런 기준을 제시합니다. 20년 전에는 쌀 20kg 한 가마니가 얼마였지, 짜장면 한 그릇이 얼마였고, 시내버스 요금이 얼마고 등등. 그러면 그때서야 “아하! 지금으로 치면 얼마의 월급을 받으셨던 거네요!”라며 어림짐작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실질에 대한 이야기를 중고등학생의 입장에서 시작해 보겠습니다. 한 달 용돈이 10만 원이라고 합시다. 그걸 다 쓴다고 가정하고 무엇을 사는지 조사해 봅시다. 간식류, 문구류, 도서류, 교통비 등에 사용한다고 합시다. 10만 원 중 대략 간식류에 3만 원, 문구류에는 1만 원, 도서류에는 2만 원, 교통비에는 4만 원이 지출된다고 하고, 간식류에서는 떡볶이, 문구류에서는 볼펜, 도서류에서 문제집, 교통비에서는 시내버스 요금을 대표 상품으로 선정합니다. 현재 떡볶이 1인분에 3000원, 볼펜 한 자루에 1100원, 문제집 한 권에 1만2000원, 시내버스 청소년 요금이 1000원이라고 합시다. 비교를 위해 작년 가격을 조사합니다. 작년에 떡볶이, 볼펜, 문제집, 버스비의 가격을 떠올려 봅니다. 떡볶이는 그대로였고, 볼펜은 1000원, 문제집은 1만 원, 버스비는 900원이었다고 합시다. 이제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물가수준을 구해 볼 수 있습니다.

● 물가 변동을 반영하면 ‘실질’


기준을 잡아야 합니다. 올해를 기준으로 잡아도 되고 작년을 기준으로 잡아도 됩니다. 2022년을 기준으로 잡아볼까요? 떡볶이부터 시작해 보죠. 작년의 떡볶이 가격을 100으로 가정한다면 올해의 떡볶이 가격은 얼마일까요? 가격이 변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100입니다. 작년의 볼펜 가격을 100으로 가정하면 올해 볼펜 가격은 몇이 될까요? 아! 이제 계산이 필요하겠습니다. 비례식을 사용하면 됩니다.

“작년 볼펜 가격을 100이라 하면”을 수식으로 표현하면 “1000원 : 100”으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올해 볼펜 가격은 몇인가?”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1100원 : χ”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이 둘이 같을 때 χ의 값을 구하면 되므로 비례식으로 이렇게 표현됩니다. “1000 : 100=1100 : χ”. 안쪽 둘을 곱하고 바깥쪽 둘을 곱한 것이 동일하므로 수식은 “100×1100=1000×χ” 이렇게 되고 χ=110이 됩니다. 비례식을 활용하면 상당히 많은 계산을 처리할 수 있으니 기억해 두시면 좋습니다.

이런 원리로 계산하면 작년 문제집 가격을 100이라 할 때 올해 문제집은 120, 작년 버스비를 100이라 할 때 올해 버스비는 좀 복잡한 수가 나오네요. 111.111 . 이것을 111이라고 단순화하죠. 이렇게 나온 수치가 바로 ‘상품가격지수’입니다. 작년을 100으로 잡았으니 가격 지수만 보면 몇 % 올랐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떡볶이는 0%, 볼펜은 10%, 문제집은 20%, 버스비는 11% 올랐습니다.

이제 이것을 종합해 보죠. 10만 원 중 간식에 3만 원, 문구에 1만 원, 도서에 2만 원, 교통에 4만 원을 지출하니 비율이 3 : 1 : 2 : 4가 됩니다. 이를 ‘가중치’라고 합니다. 백분율(퍼센트·%)로 나타내면 30%, 10%, 20%, 40%입니다. 이제 이를 가중 평균해서 구하는 겁니다. 작년은 모든 가격을 100으로 잡았으므로 가중 평균해도 그 값은 100이 나옵니다. 올해 가중 평균을 구해 보죠. 100×30=3000(간식), 110×10=1100(문구), 120×20=2400(도서), 111×40=4440(교통). 이 값을 모두 더합니다. 3000+1100+2400+4440=10940. 이제 이 값을 100으로 나눠 줍니다. 10940÷100=109.4

이제 계산이 모두 끝났습니다. 작년 내가 느끼는 물가를 100이라 하면 올해 내가 느끼는 물가는 109.4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 수치에 이름을 그럴듯하게 붙여볼까요? ‘나의 용돈 물가지수’. 뭔가 있어 보입니다. 지수의 변화를 보니 물가가 9.4%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겠네요.

● 명목은 같아도 물가 오르면 실질 가치 하락


이를 근거로 부모님과 용돈 협상을 준비해 보죠. 현재 작년과 동일하게 월 10만 원의 용돈을 받는다면 이는 작년 기준으로 얼마를 받는 셈이 될까요? 아! 또 계산이군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에게는 비례식이 있으니까요. 이 말을 수식으로 번역하면 됩니다. “물가가 109.4일 때 용돈 10만 원은 물가가 100일 때 용돈 얼마인가?” 수식으로 번역하면 이렇습니다. “109.4 : 10=100 : χ” 비례식이군요. χ=9.14 . 대략 9만1400원이네요. 올해 받은 명목 용돈 10만 원의 실질 가치는 작년 기준으로 9만1400원이었군요. 용돈은 줄어들지 않았지만 실질은 줄어든 셈이네요.

실질 가치가 유지되려면 최소한 용돈은 10만9400원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얼마를 올려달라고 해야 할지 답이 보이네요. 소비자물가지수도 이런 원리로 계산됩니다. 우리가 직접 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통계청 공무원들이 전국 37개 도시, 2만6000여 개 소매점에서 481개 품목의 가격을 매달 조사하여 계산하고 있거든요. 우리는 그 의미를 이해하면 됩니다.

이철욱 광양고 교사
#물가#명목#액면가#실질#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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