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가는 길 칙칙한 ‘토끼굴’, 미디어아트 미술관으로 변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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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도심-한강 연결통로에 문화예술공간 ‘래빗뮤지엄’ 조성
터치월 적용해 직접 체험도 가능…오전 11시∼오후 10시까지 운영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나들목에 마련된 ‘래빗뮤지엄’에서 서울시 관계자가 현대 미술가 ‘에디 강’의 작품을 구현한 미디어아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의 첫 ‘나들목 미술관’인 래빗뮤지엄은 기존의 어둡고 칙칙했던 나들목을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나들목에 마련된 ‘래빗뮤지엄’에서 서울시 관계자가 현대 미술가 ‘에디 강’의 작품을 구현한 미디어아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의 첫 ‘나들목 미술관’인 래빗뮤지엄은 기존의 어둡고 칙칙했던 나들목을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저기 봐, 학이 날아가네!”

8일 오전 10시경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망원나들목. 망원동과 망원한강공원을 잇는 이 나들목을 지나던 시민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쪽 벽에 쏠렸다. 벽면을 가득 채운 한국화 속에서 학이 날개를 펼치며 소나무 위로 날아오르자 가지가 가볍게 흔들렸다. 유모차를 밀고 지나가던 외국인, 운동복을 입고 한강공원으로 향하던 시민 등 10여 명은 발걸음을 멈추고 움직이는 그림을 감상했다.

● 어두운 토끼굴이 미디어아트 미술관으로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곳은 서울시의 첫 나들목 미술관인 ‘래빗뮤지엄(Rabbit Museum)’이다. 도심과 한강의 연결 통로로 일명 ‘토끼굴’에서 따온 이름이다. 기존의 어둡고 칙칙했던 나들목이 조선시대 화가와 현대 미술가의 예술작품이 담긴 미디어아트 미술관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개장을 하루 앞둔 이날 망원나들목의 벽면에는 길이 13m, 높이 3m 크기의 미디어아트가 연출됐다. BTS 멤버 제이홉의 앨범 커버 작업에 참여했던 현대 미술가 ‘에디 강’의 작품을 엮어 만든 ‘해피니스 터치 월’이다. 작가가 팬데믹 기간 동안 겪었던 내면의 어려움을 자신이 그린 캐릭터 속에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구현한 작품이다.

미디어아트 화면 한쪽에는 ‘숨은 글자를 터치해보라’는 안내 문구가 나왔다 시민들은 안내에 따라 말풍선에 손을 댔다. 그러자 “힘내세요(Stay strong)” “넌 괜찮을 거야(You will be alright)” 같은 위로와 응원의 문구가 나타났다. 기자도 벽에 다가가 말풍선을 터치하니 “믿음을 지켜라(Keep the faith)”라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김홍도, 심사정, 정수영, 허련 등 작가의 병풍화 문화재를 활용한 미디어아트도 펼쳐졌다. 김홍도의 ‘쌍학’, 심사정의 ‘방고산수첩’ 등 한국화 이미지들이 재생되자 관람자가 한 폭의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시 관계자는 “날씨에 따라 한국 병풍화에도 해가 뜨고 구름이 드리워지며 비나 눈이 내린다”고 설명했다.

시민 관심도 높았다. 매일 망원나들목을 지나 한강공원에 운동을 간다는 정모 씨(76)는 “나들목이 항상 컴컴하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달라진 느낌이다”라며 “나들목에서 그림까지 감상할 수 있게 돼 좋다”고 했다. 망원동 주민 안용선 씨(59)도 “바쁘게 살다 보면 그림 등 문화예술을 일상생활에서 접할 기회가 적은데 좋은 아이디어 같다”며 “특히 터치월이 있어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래빗뮤지엄은 시민들이 한강을 많이 이용하는 시간에 맞춰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매 정각 15∼20분 동안 운영된다.

● “시민이 즐거운 ‘펀 디자인’ 확대할 것”
시는 이번 망원나들목을 시작으로 다음 달에는 ‘잠실나들목’에, 12월에는 ‘마포종점나들목’에 래빗뮤지엄을 개장할 예정이다. 서울 시내 한강공원 나들목 중 보행 전용 42개 나들목에 래빗뮤지엄을 순차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3월부터 한강공원 공간, 구조물, 전망카페 등에 재미있는 디자인(Fun Design)을 본격 적용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래빗뮤지엄, 펀 디자인 등이 시민들의 정서와 안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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