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니코틴 살인’ 아내 다시 재판받는다…대법 “의문 남아” 파기환송

  • 뉴스1
  • 입력 2023년 7월 27일 11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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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틴 원액이 섞인 음식을 남편에게 먹여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여성이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은 살인 혐의를 유죄로 확신하기에는 의문점이 남아 추가 심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7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5월 남편 B씨에게 니코틴 원액을 섞은 음료와 음식을 먹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출근하는 B씨에게 미숫가루와 꿀, 우유를 섞은 음료에 니코틴 원액을 탄 후 햄버거와 함께 건넸다. 평소 전자담배를 피운 A씨는 니코틴 원액을 가게에서 불법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숫가루를 마신 B씨는 “가슴이 쑤시고 타는 것 같다”며 고통을 호소했지만 A씨는 “꿀이 상한 것 같다”고만 답했다. 귀가한 B씨가 식사를 거부하자 A씨는 흰죽을 만든 뒤 다량의 니코틴을 넣어 먹게 했다. B씨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면서 응급실로 이송됐고 치료받은 뒤 귀가했다.

그러자 A씨는 찬물에 니코틴 원액을 타서 B씨에게 다시 건넸고 이를 마신 B씨는 결국 숨졌다.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 니코틴 중독으로 나왔다.

수사기관은 A씨가 내연남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B씨의 재산과 사망보험금 등을 취득하기 위해 B씨를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A씨는 평소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A씨는 음료나 흰죽, 찬물에 니코틴 원액을 넣은 사실이 없고 살해 동기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B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거나 실수로 니코틴 원액을 복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폈다.

그러나 1심은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B씨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는 “니코틴이 경구 투여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B씨가 응급실에 다녀온 뒤 A씨가 준 물을 마신 직후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술했다.

B씨 지인들은 B씨가 오래 전 담배를 끊었고 전자담배를 피우거나 기기를 소지한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B씨가 니코틴 원액을 갖고 있었을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됐다.

재판부는 “B씨의 사인은 급성 니코틴 중독이므로 자연사했을 가능성은 배제된다”며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A씨가 B씨를 살해했을 가능성만 남고 B씨의 극단선택, 제3자에 의한 타살, 사고로 인한 니코틴 원액 음용 등의 가능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양형과 관련해서는 “B씨는 A씨의 대출금 채무를 대신 갚는 등 경제적으로 많이 도와주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퇴근 후 배달 아르바이트까지 해왔는데 A씨의 계획적인 범행으로 사랑하는 어린 아들을 남겨두고 생을 마감하게 됐다”고 질타했다.

이어 “B씨의 어린 아들이 향후 성장 과정에서 마주할 충격과 고통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며 “피고인을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해 진심으로 참회하면서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해야 한다”고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2심은 살인 공소사실 중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와 흰죽을 먹게 한 부분은 무죄로 봤다.

미숫가루와 흰죽에 니코틴 원액이 섞였더라도 치사량에 이르지 않는다는 의대 교수의 증언이 나왔고 미숫가루와 함께 먹은 햄버거가 식중독을 일으켜 통증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흰죽을 먹고 병원에 이송됐을 당시 B씨는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지만 치료를 받고 호전돼 거동할 수 있었다는 병원 관계자의 진술도 판단에 고려했다.

다만 “B씨가 숨지기 직전에 섭취한 것은 A씨가 건넨 찬물밖에 없으므로 사인의 원인을 찾자면 마지막으로 마신 찬물일 가능성이 크다”며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1심과 같은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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