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값 너무 비싸다” 300만원짜리가 780만원 둔갑 ‘폭리’ 논란

  • 뉴시스
  • 입력 2023년 7월 13일 0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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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개선사업 참여 점포상들 "아무리 나랏돈이라도…" 행정 불신
주관부서인 농식품부, 정읍시, 시행처 농어촌공사 책임 떠넘기기
시행처 "폭리는 없다…행정 집행 과정서 비용 발생해 가격 뛴 것"
건설업 '상호진출 허용'으로 전문 아닌 종합건설업체 입찰도 문제

“200만원짜리가 500만원이란다. 비싸도 너무 비싸 누군가는 해 먹었을 것. 아무리 나랏돈이라도 뭔 돈을 이렇게 쓰나?” 간판값 이야기다. 전북 정읍 신태인읍 상가들이 지원을 받아 싼 가격에 간판을 새로 바꾸고도 지원사업의 과정과 예산의 집행 행태를 놓고 “한심하다”는 한숨을 내뱉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정읍지사는 정읍시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아 ‘신태인읍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7년 정읍시가 농림수산식품부 공모사업에 선정되며 국비 56억원을 포함 80억원의 예산을 확보한 뒤 농어촌공사에 사업을 위탁함으로써 농어촌공사 정읍지사가 주관해 막바지 사업이 진행 중이다.

80억원의 총예산 중 3억4000만원이 ‘간판경관 개선사업’ 예산이다. 점포 상인들이 이처럼 간판값을 놓고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시중 간판 제작·설치비용보다 2배가량 높은 수준의 터무니없는 간판값 책정 때문이다.

실제 정읍시옥외광고협회의 자문을 얻어 객관화된 해당 간판들의 시중 가격과 이 사업이 시행되며 책정된 간판값을 비교하면 상식을 넘어선 수준이다. 협회에서 200만원이면 걸 수 있다는 간판은 500만원, 아무리 높게 잡아도 300만원이면 할 수 있다는 일부 간판은 780만원까지 가격이 책정됐고 소형점포에 1200만원, 1300만원짜리 간판도 있다.

한 점포 상인은 “어차피 간판을 바꿔야 할 때도 됐다. 내돈으로 간판을 바꾸면 200만원이 들지만 그들이 500만원이라 책정한 뒤 자부담 10%인 50만원으로 간판을 바꿔 준다기에 그냥 새 간판을 달았다”고 한다. 이 사업으로 간판을 새로 단 점포마다 대부분이 같은 입장이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이 과정에 크게 한몫 챙겼을 것”이란 의혹을 갖고 있으며 이는 행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업 시행처인 농어촌공사 정읍지사는 “사업 과정에서 폭리를 취한 이는 없다. 다만 입찰에 의해 사업자가 선정되고 설계비와 관급자재비, 보증비, 관리비, 부가세, 각종 보험료 등이 반영되며 가격이 뛰는 바람에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농림수산식품부의 공모사업이 정읍시를 거쳐 농어촌공사에 위탁되면서 기관의 예산집행 방식에 의해 가격이 산출돼 발생한 일”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차라리 일정한 간판 면적을 기준 해 차등을 둔 금액으로 신청자 중심의 민간보조금 지원이었다면 현재의 사업량 63개소가 아닌 200개소 이상은 혜택을 봤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예산 집행의 중대 요소인 효율성에 대한 지적이다.

공모사업 주관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균형발전특별회계에 의한 지역 자율사업인 이 사업 예산 집행방식을 농식품부가 정한 바 없다”며 “공모에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던 정읍시가 알아서 했어야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를 두고 정읍시의 입장은 달랐다. 시는 “정읍시 역시 농어촌공사에 사업을 위탁하면서 세부사업에 대한 예산집행 방식을 규정하지 않았다”면서 “입찰에 의한 사업자 선정방식과 민간보조금 형식의 구분은 수탁사업자인 농어촌공사의 소관”이라고 했다. 이에 다시 농어촌공사는 “공사의 특성상 민간보조금 지원사업이 없고 모든 사업은 공정성을 위한 입찰로 진행된다”고 못 박았다.

돌고 도는 책임공방 속에 농어촌공사 발주사업의 낙찰자가 옥외광고물을 제작하는 전문건설업 업체가 아닌 종합건설업 업체인 것이 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는 “지난 2021년부터 전문건설업과 종합건설업 사이 상호진출이 허용되며 입찰의 벽이 허물어졌고 농어촌공사에서는 당시 국토교통부의 지침에 따라 종합건설업을 입찰 대상에 포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 누구도 정확히 따져 바로 세우지 못한 예산집행의 효율성, 나랏돈이란 이유로 시중가보다 2~3배로 책정된 상식 밖의 간판값은 관련된 3개 기관 간 이 같은 ‘산고의 진통?’ 끝에 탄생했다는 것이 각각의 입장을 정리한 결론이다.

한편 사업의 낙찰자인 해당 종합건설업체는 낙찰 후 곧바로 하청업체에 시공을 맡긴 상태다. 사업의 입찰에 성공했다는 성과만으로 원청업체는 수천만원의 이익을 챙기게 된 구조다. 그럼에도 현재의 하청업체는 옥외광고물 제작·설치의 자격이 없는 무자격업체다. 이보다 앞서 시공에 나섰던 기존 하청업체는 이런 상황에서도 수익이 없다며 중도에 하청을 포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원청업체는 하청업체의 선정과 교체과정에서 발주처인 농어촌공사에 의무사항인 이 과정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농어촌공사 정읍지사는 이에 대해 철저한 조사과정을 거쳐 상응하는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정읍=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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