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에 뮤지컬 복합문화공간 조성을[기고/원종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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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원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입장권을 판매한 문화 상품은 놀랍게도 뮤지컬이다. 바로 디즈니의 ‘라이온 킹’이다. 우리 돈으로 9조 원이 넘는 판매액을 올렸다.

더 놀라운 것은 매출 2위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매출 3위도 뮤지컬 ‘캣츠’라는 점이다.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공연하고 있어 얼마의 판매액을 더할지 감히 상상조차 힘들다. 첨단의 디지털 사회에 산다지만 아날로그 문화 산업인 뮤지컬의 글로벌 성장세는 참으로 놀랍다.

뮤지컬은 어떻게 이런 매출액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 정답은 장기 상연을 통한 롱런 비즈니스다. 짧은 시간에 수많은 복제로 유통되는 영상과 달리 무대는 하룻밤에 얼마나 많은 관객을 동원할 것이며, 얼마나 오래 지속하는가에 따라 매출 규모가 결정된다. 미국 브로드웨이가, 영국 웨스트엔드 극장가가 글로벌 흥행작을 배출하는 것도 안정적으로 또 완성도 있게 공연을 만들 수 있는 극장 인프라의 확보 덕분이다. 도심에 위치한 뮤지컬 전용관의 존재는 그만큼 중요하다.

뮤지컬 전용관은 크게 두 가지 특성을 지녀야 한다. 우선 시설 면에서 충분한 여력과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다양한 볼거리와 특수 효과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하고 적절한 음향 설계로 소리의 공명이 원활해야 한다.

하지만 시설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공연장의 위치다. 현대 뮤지컬 산업의 부가가치는 단순히 관객을 모으는 것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들의 소비를 연장시키고 극대화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즉 뮤지컬 공연 전후로 먹고 마시며 쇼핑하는 소비 행위를 가능케 함으로써 집객 효과를 배가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뉴욕 런던 등의 세계적 뮤지컬 공연장이 대중교통이 편하고 쇼핑 및 관광 단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표 뮤지컬 도시를 자부하던 대구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불모지에 가깝다던 부산에 자리를 내줄 위기에 놓여 있다. 도심의 부산역 가까이 위치한 뮤지컬 전용관 때문이다. 수도권 관객까지 끌어들이며 관객 수나 매출에서 판세를 바꿨다.

저녁 퇴근시간에도 접근성이 용이한 대구 뮤지컬 전용관의 필요성을 이미 십수 년 전부터 논의해 왔던 터라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시민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도심에 뮤지컬 관련 콤플렉스(복합문화공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공연중심도시로 앞서가던 대구가 뮤지컬마저 이웃 도시에 뺏기기엔 너무 아깝다.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


#대구#뮤지컬 복합문화공간#뮤지컬 관련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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