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고법 제1민사부(재판장 박선준)는 1일 대한불교 조계종 부석사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불상 인도청구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불상이 일본 쓰시마 섬의 간논지에서 도난당해 한국에 밀반입된 지 11년 만이다
재판부는 “1330년 고려시대 부석사에서 해당 불상이 제작됐다는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현재 서산 부석사가 과거 서주(서산의 고려시대 명칭) 부석사와 동일한 종교단체로 연속성을 갖고 유지됐다는 점을 충분히 입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왜구가 불상을 약탈해 일본으로 불법 반출했다고 볼만한 상당한 정황이 있다”면서도 “다만 간논지가 법인을 취득한 1953년 1월 26일부터 불상을 절취당한 2012년까지 불상을 계속해서 점유했기 때문에 소유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간논지와 일본 정부는 사건 직후부터 “도난품이 분명한 만큼 일본에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부석사 측은 반환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2013년 2월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부석사는 또 “해당 불상이 왜구에 의해 약탈당한 문화재이기 때문에 원소유자인 부석사에 반환돼야 한다”며 정부를 상대로 인도 소송을 냈다. 2017년 1월 1심 재판부는 “도난이나 약탈 등의 방법으로 일본으로 운반돼 봉안돼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부석사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날 2심에서 판결이 뒤집히자 불교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은 “대한민국에 용기 있는 판사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며 상고 의사를 밝혔다. 대법원에서도 같은 판결이 나오면 현재 대전 문화재청 산하 문화재연구소 수장고에 보관 중인 불상은 일본 쓰시마 섬으로 돌아가게 된다.
한편 절도범들이 이 불상과 함께 훔친 통일신라시대 불상 동조여래입상의 경우 한국 정부가 2015년 7월 “국내 소유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없다”며 간논지에 돌려준 상태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