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 더 강력하고 빈번해져… 중장기적 구호 사업에 힘써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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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다시 희망으로]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피해 지역 주민과 이야기하고 있는 희망브리지 직원. 희망브리지 제공
피해 지역 주민과 이야기하고 있는 희망브리지 직원. 희망브리지 제공
5일 식료품과 건강식품, 전기장판 등을 가득 실은 트럭 한 대가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한 마을에 도착했다. 트럭을 뒤따르던 승합차에서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내렸다. 이들의 얼굴에는 앞서 세 차례 만났던 이웃들을 다시 만난다는 기대감이 묻어났다. 먼저 참치 통조림, 프레스햄 통조림, 식용유, 양조간장, 식초, 홍삼, 즉석밥 등이 든 상자를 들고 이모 씨(74·여) 집을 찾았다. 두 달 만에 다시 만난 직원·자원봉사자들과 이 씨는 반갑게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씨는 2020년 태풍 ‘마이삭’으로 집이 물에 잠겼다. 이후 지병이 생겨 생계마저 곤란해졌다.

올해 희망브리지는 이 씨를 포함해 2018∼2021년 태풍이나 큰비 등 재난으로 피해를 본 포항지역 50가구를 지자체 추천으로 선정해 ‘지속 돌봄 사업’을 진행했다. 지속 돌봄은 이 씨처럼 재난을 이겨내는 데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돕는 사업이다. 4월부터 총 네 차례 가구마다 80만 원 상당의 식료품과 생필품 등을 제공했다.

이씨는 “2년이 지났는데도 잊지 않고 찾아줘서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물건도 고맙지만 낯익은 분들이 오신다고 해서 많이 기다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태풍 ‘오마이스’로 재산 피해를 봤던 김모 씨(69·남)도 “수해를 당하고 상당히 우울했는데, 희망브리지에서 올해에만 네 번씩이나 찾아와 쌀이라든지 음료수, 건강식품, 냉풍기를 줘 정말 고맙다”고 전했다.

희망브리지는 성금·구호 물자 전달과 같은 긴급성 지원에 더해 지속 돌봄과 같은 중장기 구호 사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재난의 위력이 강해지고 빈도도 잦아지는 시대에 단발성 지원만으로는 재난 피해 이웃이 일상을 온전히 회복하기 어려워져서다.

희망브리지 자원봉사자가 물건을 전달하고 있다.
희망브리지 자원봉사자가 물건을 전달하고 있다.
중장기 구호 사업에는 지속 돌봄 외에 지역의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일도 포함된다. 회복탄력성은 재난 발생 후 피해자들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강원 인제군 가리산리 사례가 대표적이다. 가리산리에서는 2006년 수해로 170명의 주민 중 8명이 사망했다. 주민들은 2008년부터 마을의 재난 경험을 방재 교육 프로그램으로 승화시켰다. 주민들이 하천 도하, 심폐소생술, 대피 가방 꾸리기 같은 프로그램을 직접 마련한 것이다. 주민들이 경험을 살려 강사로 나서다 보니 자연히 재난에 강한 대응력이 생겼고, 체험 행렬이 늘면서 마을도 활성화됐다.

김정희 희망브리지 사무총장은 “일본에서는 지진 예측 분야에만 1년에 조 단위의 돈을 씁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지진을 미리 알아챈 적이 없죠. 이는 자연 재난의 섭리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재해 발생을 방지한다는 ‘방재(防災)’란 말 자체가 성립이 안 되죠.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자명합니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일상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힘을 기르는 것이죠”라고 강조했다.

재난 구호·모금 전문기관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1961년 설립된 순수 민간단체이자 국내 자연재해 피해 구호금을 지원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정 구호단체다. 특히 공익법인 평가기관인 한국가이드스타가 발표하는 공익법인 투명성, 재무안정성 평가에서 4년 연속 최고등급을 받는 등 국민 성금을 투명하게 배분하고 있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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